전세계에 피게티 열풍을 불러 일으킨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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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피게티 열풍을 불러 일으킨 그 책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2.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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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 분석한 토마 피게티의 <21세기 자본>

이종수
시인·청주 흥덕문화의 집 관장  

건너 건너서 아는 할머님 한 분은 재력가이다. 아파트 몇 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부자라고 한다. 요즘 새롭게 개발되는 단지마다 넘쳐나는 원룸형 주택도 몇 되어 거기서 나오는 임대수익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런 분이 경로당에 나와 점심 한 끼 사지 않고 교회에 나와서도 헌금을 아이들 푼돈만큼 낸다고 한다. 지독한 갑부에다 구두쇠라는 것인데 주위 사람들의 평판은 여럿으로 갈린다. 언제 그런 부동산을 거느리고 세상 걱정 없이 살아보았느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러면 뭐하느냐 주위에 사람 하나 없이 지독한 외로움에 쩔어 지내다 그 많은 돈에 파묻혀 죽을 거라는 악담까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다 보니 생각나서 먼저 질러보았다. 어느 자식이 물려받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똥줄 탈 것이다.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셔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서를 남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 건너 이야기라 뭐라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저렇게 세습되는 재산의 가치를 떠나 뭔가 불공평하다는 근원 모를 시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제목: 21세기 자본 지은이: 토마 피케티 옮긴이: 장경덕 외 출판사: 글항아리
노벨 경제학상을 타기도 하였던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르구먼도 피케티의 책을 추천하면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야말로 21세기 자본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임을 말하고 있다. 상위 10%, 그 중에서도 0.1%에게 쏠린 부의 가치란 세습자본주의란 이름 아래 하위 40%가 넘는 사람들과의 경쟁 자체를 싹부터 잘라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습되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자본 스스로 증식하면서 얻는 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 보너스 등)을 웃돌 수밖에 없어서 갈수록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을 거쳐 남미, 아시아, 어느 나라든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인데, 그 수치를 조금이나마 떨어뜨렸던 원인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에 상속된 부에 누진적인 과세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자들에게 세금 팍팍 물려라

그래서 누진세 개념의 세금을 부자들에게 팍팍 물려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자본이 권력을 만들고 정치와 경제, 문화 전반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싶다. 정치 혐오증의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선거제도의 위기나 자본이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보는 노예 근성이나 언젠가 돈방석에 앉아 가난을 잊고 싶어 하는 천민자본주의, 복지를 하면 국민들이 나태해진다고 하는 선민의식처럼 서로 다른 결합체들로 엉켜버린 현실에서 지긋지긋한 불평등은 해결될 수 있을까.

부자감세와 법인세 인하로 치닫는 자본친화 정책에 이어 인문학을 버리고 기술과학 쪽의 자원을 우선시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싸움 붙이기만 하는 현실은 끝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피게티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수학 모형을 통한 순수한 이론적 고찰만을 뜻하는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과 해법에 집중해야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돈이 있는 데로 폭주기관차처럼 움직인다.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은 누진과세를 통해 분배하고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자본의 각본대로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되리라. 자식들이 많다면 암투를 벌여서라도 세습이 되겠지. 얼마간의 상속세를 내고 또 다른 자본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겠지. 차를 바꾸고 집을 바꾸기도 하겠지. 두꺼운 책을 내려놓으니 누군가의 심장과도 같은 금고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가진 자들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골은 더욱 더 깊어가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서열 아래 흐릿한 미래가 보인다. 더는 그렇게 흘러가도록 방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상위 10%들은 왜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냐고, 또 하나의 마르크스가 납셨다고 비아냥할 테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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