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러다 병원 문 닫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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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저러다 병원 문 닫는 것 아니냐”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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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양측 대표 모두 사퇴하라” 극약처방 여론도 비등
최근 충북대병원의 장기파업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저러다 병원 문 닫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충북대병원은 지난 2일로 노조파업 143일째를 맞았다. 한 쪽에서는 환자들이 아픔을 호소하고, 또 한 쪽에서는 병원장 규탄 집회가 열리는 상황이 3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중단하고 병원장은 성실교섭에 나서라’ ‘장기파업 유도하는 병원장은 퇴진하라’ 충북대학교병원을 들어서면 각종 유인물로 도배가 돼있다. 환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편을 호소하고 병원측에서는 환자감소로 인한 적자경영을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원들은 37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해 피곤이 누적된 상태다.
지난 10월 16일 42차 교섭을 끝으로 노사간 대화도 뜸하다. 같은 달 30∼31일 양일간 노조간부 선거를 실시한 노조측에서는 11월부터 교섭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에서는 ‘개인병원 같았으면 벌써 문 닫았을 것’ ‘불매운동을 하는 것처럼 도민들이 충북대병원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부터 ‘장기파업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병원장과 노조지부장 양측이 물러나야 한다’는 극약처방까지 나오고 있다.

노사양측간에는 냉랭한 기류만 흘러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사퇴압력까지 받은 김동호 병원장은 “단체협약 이행하겠다” “부당노동행위 시정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노조 역시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과는 다시 원점, 노사양측 간에는 현재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럼 왜 이렇게 됐을까. 황명숙 보건의료노조지역본부 조직부장은 “국감 이후 병원측은 약속 이행을 위해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파업참가자를 승진에서 제외하고, 정규직 발령을 받은 간호사 조합원 17명에 대해 해고협박을 하는 등 일부 이행안조차 뒤집었다. 지난 10월 정기인사에서 62명이 승진했는데 파업참가자는 단 1명 올라가고 대상자가 아닌 사람까지 승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부장은 “병원측이 파업 140여일을 넘기는 동안 깔끔하게 처리한 것은 한 건도 없다. 모두 단서조항이 붙어있다. 특별상여금은 무노동 무임금을 받아들이는 조건이고, 해고자 원직복직은 중앙 노동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며,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는 간호사만 처리했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이것은 국정감사장에서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문제는 갈수록 더 꼬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노조측에서는 강도높은 국정감사를 받았어도 이행이 안돼 문제는 그대로 누적돼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여기에 병원장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현재 적자경영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노조측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원장이 노조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벌써부터 나온 얘기다. 파업 때문에 병원이 폐업하게 생겼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노조측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병원측, “우리도 많은부분 수용했다” 주장

그래서 노조원들은 지난해 임단협 원칙은 안지키고 무노동 무임금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원칙이라면서 고수하는 것이 병원측 입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8월에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전제로 생계비 50%를 요구했으나 병원측이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타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고 황명숙 부장은 전했다.
“이 때 얘기만 잘 됐으면 타결됐을 것”이라는 그는 “노조자립기금으로 전남대가 1억원, 서울대가 올 1억5000, 내년 1억5000만원으로 3억원을 내놓았다. 그런데 우리 병원은 5000만원으로 타결을 보려고 했다. 이게 어디 국립대병원 수준이냐. 돈 몇푼이 문제가 아니고 병원측은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분개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작년에 100억원이 넘었던 운영자금이 4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감소하고 9월말 현재 30억7000만원이 적자인데 임금협상이 타결되면 당장 임금과 특별상여금을 합쳐 30억원을 내놓아야 하는 등 경영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영난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노조원들이 파업을 장기전으로 이끌며 병원측만 타도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가 보는 오늘의 사태 진단이다.
유승희 사무국장은 “무노동 무임금이 가장 큰 문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파업 이후 노조원들의 임금만 지금까지 9억원이 넘었다.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운영자금으로 이끌어가고 있는데 노조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태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이 돈을 어디서 충당할 길이 없다”며 “충북대병원은 국립대병원으로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 당초에는 노조측의 임금인상안에 동의를 하지 않았으나 파업기간중 못받은 임금 보전을 위해 병원측이 특별상여금까지 생각하고 있다. 병원측도 많은 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11월부터 월급재원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있다. 더욱이 운영자금은 기채 승인이 안돼 어디가서 빌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계속해서 사태해결을 빨리 하라고 독촉하지만 노사양측은 평행선인 줄다리기만 계속하고 있다. 이원종 도지사를 비롯해 주자문 총장,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국회의원 등이 양측 대표를 만나 여러차례 타협을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런가하면 파업의 실마리가 지난해 단협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서 출발했듯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할 경우 해마다 장기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지금이라도 노사양측은 ‘자존심을 버리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병원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도 사태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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