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대학사회는 과연 자정능력이 있을까. 이번에 커버스토리로 대학사회 교수들의 이른바 갑질을 취재하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다. 대학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았다. 서울대 강석진 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10년 동안 지속된 데는 대학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었다.

대학의 서열문화와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힌 교수들의 이중성이 빚은 참극이다. 학점과 취업이라는 키를 쥐고 있는 대학 교수들은 대학사회에서 ‘갑’이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고, 호소한다고 해도 불이익이 갑절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강석진 교수와 같은 인물은 분명 도내 대학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서울대에서는 강석진 교수와 경영대 모 교수의 잇따른 성희롱 사건에 대해 대학 내 인권센터에서 이러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조사하고 있다. 피해를 제기한 학생뿐만 아니라 강의를 들었던 모든 학생에 대해 전수조사까지 실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내 대학의 경우 이러한 기능을 해야 할 인권센터가 갖춰져 있지 못하다. 인권센터는 전체 대학 가운데 4군데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사실 문제가 생겨도 답이 없다. 형사고발 사건이 아닌 이상 문제로 드러나지 조차 않는다. 또한 교수사회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도 현재 교수들이다. 문제를 일으킨 집단이 문제를 해결하는 꼴이니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그러다보니 한국교통대 학생들은 A교수의 비위사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후 인권위에서 대학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리라고 해 현재 조사 중이다.

학생들은 처리과정을 보며 대학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심지어 조교마저도 학교편이라고 의심한다. 실제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거나 인터뷰로 인한 피해부터 걱정했다.

이러한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왜 불신하는 지 이해가 간다.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간 끌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수회나 교수연합회에서 문제의 교수에 대해서 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잠잠하다. 잘못했다고 사과할 사람은 조용하고, 오히려 학생들만 전전긍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학생들은 해당교수의 수강신청을 전면거부하면서까지 저항하고 있다. 약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 보호장치가 있어도 갑을의 관계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데 이러한 창구마저 없다면 결국 무엇이 남을까.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습할 것이다. 교수들은 문제가 생겨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서울대나 지방대나 인권은 다 같지 않나. 인권의 문제로 대학을 바라보니 모순투성이다. 대학 자치의 개념도 실종돼 있다. 서열문화가 빚은 그릇된 대학문화, 사회보다 더 심각하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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