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재 반야월기념관 추진, 친일행적 집중부각되자 백지화

제천 박달재는 대표적인 명소인 ‘의림지’ 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의림지’는 삼한시대 축조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교과서에 실렸지만, 국민가요로 사랑받은 ‘울고넘는 박달재’의 인지도에는 못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충주-제천간 국도에 박달재 터널이 뚫리면서 고개마루에서 느끼던 박달재 정취가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제천시는 박달재 명소화 사업을 고민했고 2011년 ‘울고넘는 박달재’의 작사가 반야월씨 측과 접촉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애초에는 총 사업비 43억원을 들여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와 한국 가요사를 조명하기 위한 ‘한국가요사 기념관’을 계획했다. 하지만 국비지원이 여의치않자 도비 5억원을 포함 사업비 10억원 규모로 축소되면서 ‘(가칭)반야월 선생 기념관’으로 변경해 추진했던 것. 반씨측도 적극 협조해 2012년 2월 충북도청을 방문 이시종 지사와 만나 자신의 음악관련 소장품 158종을 제천시에 무상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충북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적을 이유로 명예도민증서를 수여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뒤에 고령의 반씨가 갑작스레 숨졌고 고인의 유해는 제천시 교동 사찰에 봉안했다. 유족들과 협의를 통해 박달재 기념관이 완성되면 인근에 수목장으로 묘역을 조성키로 했다. 반씨의 유해까지 박달재 영구보존이 추진되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다.

‘친일파 반야월 기념관 설립을 반대하는 제천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대책위는 “반야월의 고향인 경남 마산과 창원 등지에서 조차 ‘기념관’이 아닌 ‘가요비’건립조차 시민들의 반대로 백지화 됐다. 의병의 고장인 제천에, 그것도 의병의 본거지 자양영당의 꼭대기에 친일 음악가의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장이 커지자 제천시는 지난해 3월 예정됐던 2주기 반야월 추모음악회와 기공식을 취소했다. 또한 ‘반야월 기념관’ 건립 사업의 명칭과 사업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고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근규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지난해 7월 제천시장직 인수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반야월 기념관과 스토리창작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전면 백지화 의견을 냈다. 결국 2년여간 논란이 됐던 친일 대중예술인 선양사업은 시민들의 힘에 의해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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