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6개월, 집유 3년 선고… 검찰 구형량보다 높아
주민들 “부대나 법원이나 똑같아” 반발… 군부대 “유감”

▲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법원이 군부대를 무단 침범한 혐의로 민간인 최모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함에 따라 주민들이 군부대 민원과 관련 집단행동과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군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문제가 된 공군부대 초소.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보통군사법원은 군부대를 무단 침입한 혐의(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민간인 최모(55) 씨에 대해 최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인근 마을주민들의 큰 반감을 사고 있다.<본보 1월 30일자 14면 보도>

특히 주민들은 앞으로 군부대 민원 등과 관련해 집단행동 및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어서 군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19전투비행단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6일 충주부대 창설 이후 최초로 민간인을 상대로 열린 군사재판에서 충주시 금가면 월상리 주민 최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군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보다 높은 형이다.

재판부는 “초병의 경계 임수 수행을 방해해 부대에 큰 혼란을 야기한 점 등은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피고인이 부대 주변에 사는 주민으로 항공기 소음 피해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부대를 방문했다가 극도로 흥분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주민 “소음·기름유출 피해 강력 대응”

상황이 이렇자 재판에 참여했던 최씨와 마을 소음피해대책위원, 마을주민 등은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냐’, ‘우리의 주장이 완전히 무시됐다’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앞으로 소음과 기름유출 사태 등 부대와 관련된 일체의 사안에 대해 집단행동 및 소송제기 등 강력한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을 주민 조모씨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군에서 해주는 변호사가 국선으로 군법무관 출신이다 보니 성의가 없었다. 우린 인권위 제소와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는 “4년 전 항공기 기름 유출사건이 있었을 때 마을에 준 피해가 얼마인데, 지금도 냄새가 나고 그 자리에는 풀도 나지 않는다. 이 사건 말고도 부대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 많다. 앞으로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 당사자인 최씨는 충청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주민과 상의를 했는데 항소를 하면 변호사 수임료로 1000만 원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항소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마을주민은 그동안 집을 지으려 해도 군부대 허가를 받아야하고, 항공유 유출사건, 소음피해도 참아왔는데 정말 너무 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내가 안고 가는데 공군부대는 앞으로 발생하는 민원과 관련해 법적 논리로 싸우게 될 것이고, 나와 주민들은 국민을 우롱하는 군에 선봉적으로 나서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대 측은 군검찰보다 법원 선고가 높게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군 관계자는 “최씨의 군사재판 회부도 유감이었는데 재판결과까지 검찰 구형보다 높게 나와 유감”이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군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답변했다. 이어 “조용히 마무리되길 바랐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하고, 더 이상 주민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군은 재판부와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똑같다”고 밝혀 향후 군부대와의 갈등을 암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 26일 충주공군부대를 이륙한 블랙이글 전투기가 행사 축하비행 연습을 하면서 금가면 등 일부 충주지역을 저공비행한 것이 원인이 됐다.

금가면 월상리에서 숯공장을 운영하는 최씨는 20여 년간 이곳에 살면서 전투기 소음으로 재산상 손실과 건강이상까지 감내하며 생활해왔는데, 이날은 훈련기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참을 수 없었다.

최씨는 돌발성난천(감각신경성난청)을 앓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민원 접수됐다’는 담당자의 답변만 돌아오자 책임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고 인근 91시설전대 정문을 방문해 책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초병 3명 중 1명의 헬멧을 두 손을 밀쳤고,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곧바로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 부대 안으로 진입했다.

재판결과, 갈등 단초 ‘주목’

최씨는 부대 내 건물 안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갔고,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전대장과 헌병대장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씨는 평소처럼 생업에 종사하던 중 지난해 11월 공군부대와 경찰로부터 초병 폭행과 부대 무단침범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됐다는 통보와 조사를 받았다.

최씨는 소음대책위원회와 더불어 재판준비와 함께 200여명의 주민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공군참모총장 등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블랙이글팀이 연습을 하던 날 농가주택 흙벽이 떨어져나가고, 난청과 한쪽 청각을 잃은 사람, 기르던 사슴과 개 사육농장, 민물상어 양식장까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결과가 군검찰 구형보다도 높게 나오자 주민들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하면서 최씨의 재판결과가 충주시민과 공군부대 간 첨예한 갈등의 단초로 작용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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