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안팎 연봉에 연간 수십억원 예산 집행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별적으로 진행할 때보다 선거법 위반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불법행위가 적발되고 있다.

사상 최초로 동시 조합장 선거를 치루는 배경 또한 그동안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깨끗한 선거 풍토 정착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조합장의 적지 않은 권한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조합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큰 조합은 유류대와 영농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별도로 지급한다.

조합장은 직원 인사권과 예산 사용권, 사업 결정권 등을 갖고 있다. 농산물 판매와 하나로마트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사로 진출하면 중앙회 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조합장의 권한도 적지 않다. 조합장이 일반인은 모르는 '농어촌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조합장 판공비인 교육지원사업비가 대표적이다. 조합이 지역과 조합원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복지 예산이다. 이 예산은 조합장 재량에 따라 사용되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가공공장과 마트 건립 계약, 제품생산을 위한 자재 구매가격 책정 등을 조합장이 임의로 할 수 있다.

조합장은 상임이사와 감사 추천권도 갖고 있다. 농협 내 견제세력을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셈이다.

임기 4년간 베풀며 조합원 관리가 가능해 평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장은 자치단체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옥천의 한 농협 조합장은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중도에 포기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자치단체장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지방의원을 지냈던 일부 인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 충주시의장 A씨는 충주농협, 전 청주시의원 B씨는 서청주농협, 전 청원군의원 C씨는 청남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청주시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조합장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상당히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며 "농산물 유통과 판매, 금융까지 조합장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옛 청원군의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마땅한 견제세력이 없어 조합장은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일부 입후보 예정자들이 당선을 위해 불법행위도 불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현재까지 조합장 선거 관련 법을 위반한 11건의 사례를 적발해 1건은 검찰 고발, 10건은 경고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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