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양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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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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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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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양반들의 내밀한 영역 엿볼 수 있는 하영휘의 <양반의 사생활>

박 순 원
시인·<딩아돌하> 편집위원


학문을 닦고, 벼슬을 하고, 당쟁에 휩쓸리고, 낙향해서 유유자적하며 시를 읊조리고. 우리가 사극을 통해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들이 생계를 어떻게 충당하고, 자녀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나날이 부딪히는 일상의 곤란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등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한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반의 사생활>은 이와 같은 결핍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자료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은 도덕과 명분을 지나치게 내세우며 살아 자신의 세속적인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전문제였다. 양반은 남과 금전거래를 하지 않았고, 겉으로는 금전을 만지는 것조차 꺼렸다. 금전과 관련된 일은 모두 하인이 대신 처리했다. 또 그들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을 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금전을 싫어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것은 그들이 이중적일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겉으로 내세우는 유교적 도덕과 명분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사생활, 이러한 이중성으로 조선시대 양반들의 삶은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은 겉으로 내세우는 도덕과 명분을 통하여 형성된 것이다. 반면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드러나지 않는 사생활이다. 이 책의 출판에 약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제목: 양반의 사생활 지은이: 하영휘 출판사: 푸른역사
이 책의 주인공 조병덕은 몰락 양반이다. 그의 조상은 17,18 세기에 걸쳐 화려한 지위를 누린 노론 화족이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조병덕 삼대가 문과에 급제하지 못해 그의 아버지 대에 한양에서 충청도 남포현 심전면 삼계리로 집안을 옮긴다. 조병덕은 20대부터 학문에 열중해서 노주 오화상, 매산 홍직필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경학을 배워 노론 학문의 적통을 잇는 학자가 된다.

편지 1700여 통으로 구성한 조병덕의 삶

그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의 편지 심부름은 차남 조장희가 했다. 조장희는 삼계리에서 고개 넘어 십여 리 떨어진 교통이 편리한 청석교에 살았다. 그때 아들 조장희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1,700여 통이 고스란히 남아 아단문고에 소장된다. 편지 내용은 금전거래, , 가족간의 갈등, 아들에 대한 실망, 시국에 관한 언급, 질병 등 개인의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영역에 속하여 결코 남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 1700여 통에 이르는 편지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정리하여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 조병덕을 재구성한다. 또한 당시의 사회상도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관혼상제, 과거, 종계(宗契), 가계생활, 음식, 농사, 생활도구, 교통, 통신, 탈것, 서적, 조명, 문방구, 부채, (), 질병, 의약, 민간처방, 지방행정, 마을, 화폐, 고리대 등 일상생활의 모둔 분야뿐 아니라, 서얼, 노비. 비부(婢夫), 상놈, 잡류, , 전인(專人), 토호, 아전 등 당대에 함께 했던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진사 보아라 / 수일간 무사하냐? 나는 어제 산소 14위와 묘사(廟祀) 세 곳의 가을 제사를 아침부터 해거름까지 단지 네 형과 둘이서 지냈다.” 저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1863년 양반가의 실상이라는 데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때 화려했던 양반가의 묘제(墓祭)에 수십 명의 자손 중 단 두 사람만이 참례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때는 이미 가부장적 종법사회가 아니었음을 이 편지는 말해주고 있다.”

<양반의 사생활>은 학문적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저술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쉽고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풍부한 지식과 예리한 분석력 그리고 성실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편지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당대의 정황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마치 함께 살다 돌아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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