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필자의 카메라는 2009년 3월식 캐논 EOS1D 마크3다. 당시만 해도 1600만 화소에 초당 9컷이 찍히는 등 ‘더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는 없다’를 강조하며 혁신적임을 광고했던 장비다. 당시 그 최고의 카메라를 구입한 신문사는 지역에서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는 2600만 화소에 초당 10컷, 동영상, 와이파이 전송 등 더 이상의 카메라가 존재하며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금의 장비는 단종된 상태다.

카메라 주변에 손때 묻어 하얗게 변한 흔적을 보며 어떤 이가 묻는다 “아니, 얼마나 많이 찍었으면 이렇게 카메라가 닳았어?” 유달리 닳은 부분은 셔터를 누르는 주변부이다. 필자도 그제서야 그곳을 유심히 관찰한다. 셔터 스위치 주변 테두리만이 동그라미 형태로 색이 바래 있었다.

그 흔적은 오랜 시간 아주 고운 어떤 마찰에 의해 광이 나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현상은 셔터를 많이 누르기보다는 많이 기다려서 생긴 흔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어떤 이의 메시지가 있는 움직임이 있거나 혹은 사람의 얼굴이 고개를 들 때 등 찬스다 싶을 때는 기다리다 셔터를 눌렸고 그때 마다 엄지손가락으로 셔터 스위치 주변을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나타난 표시였다.

▲ 6년 동안 써온 필자의 카메라. 셔터 부분이 둥그렇게 닳았다. 내구연한 셔터 수를 이미 초과해서 셔터박스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 기다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의 손때 묻은 카메라, 카메라 몸채를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느끼는 감촉은 같은 모델의 동료사진기자들 카메라를 잡았을 때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는 느낌이 올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나의 카메라가 이젠 수명이 다 해간다. 내구연한 셔터 수를 초과했고 큰 상황에 낭패를 보기전에 부품인 셔텨박스를 교체해야 한다는 서비스 업체의 말도 이어졌다. 최근 들어 오작동이 벌어지는 현상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부디 일부 부품만 바꾸고 다시 원상태 그대로 보존된 카메라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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