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구 ‘고함20’ 기자

▲ 강일구 ‘고함20’ 기자
대학교에 소속된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캠퍼스 안에 있는 일반 학생부터 캠퍼스 밖에 있는 유명인들까지, 기자라는 신분이 만들어준 기회였다. 이들 중 기자로서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은 아마 충북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이 아니었나 싶다.

2013년 충북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6명 중 5명의 후보들을 만나보았고 2014년 총학생회장 그리고 간접적으로 과거에 우리학교 총학생회장들까지 정말 많은 총학생회장들을 만난 것 같다. 특히 학교와 총학 관련된 기사를 쓸 때마다 그들과의 만남은 피할 수 없었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학생들과 관련되지 않은 일들이 없었고, 학생들과 관련된 일들은 총학생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학생회장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의 발언들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접하고 보면 이들이 그저 ‘학급 반장’ 수준으로 보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반장의 역할은 대개 학급의 공부 분위기 조성과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여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이 아니라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르는 조용하고 공부 잘하는 반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은 왜 자치기구를 만들었으며 총학생회는 왜 필요한 것일까?’라는 철학이 그들에게 있는지 그리고 그걸 좀 생각하고 선거에 출마했는지 나는 의심스럽다. 출마자들의 선거 팸플릿을 보면 대부분의 공약들이 학생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문화와 복지에 집중이 되어 있었다. 학생회장으로 있는 2년 동안 총학생회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안건을 알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일들은 없었다.

아마 우리학교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이 문화와 복지쪽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학생들의 권리, 주권을 외치다가 학생들로부터 ‘운동권 총학생회’라는 빨간딱지가 붙는 것을 두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운동권 총학이라고 낙인찍히면 총학을 대하는 학생들의 편향된 시선이 두려워질 것이고, 학생회가 공약을 이행해나가는데 많은 문제와 부딪치게 될 것이다.

즉, 총학생회는 자신들의 뿌리인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학생들의 주권과 권리를 외치는 총학생회를 ‘운동권’과 엮는 생을 하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지만, 총학생회가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위해서 나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 문제와 기성회비 반환소송 그리고 학교의 구조조정까지 총학생회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 모든 정책들의 수혜자인 학생들은 그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자신들의 학교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들을 수용해야만 한다.

총학생회장들이 연설을 할 때마다 항상 언급하는 게 학생들의 주권과 권리다. 언제쯤 그들의 행동과 공약들에 진정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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