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 기간제법 피해 쪼개기 계약 이어 계약해지 통보
“명백한 해고” 방문간호사 5명,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

생존권을 둘러싼 방문간호사와 옥천군 간의 갈등이 옥천군수에 대한 고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낸 전 옥천지역 방문간호사들은 이와 관련해 김영만 옥천군수가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며 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방문간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논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통합건강증진사업으로 인해 고용된 방문간호사들은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았다.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에 의해 제공되는 일자리의 경우 2년을 초과해도 된다는 예외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3년 1월 1일부로 보건복지부가 사업시행지침을 변경했다. 결국 이때부터 적용돼 만 2년이 되는 2015년 1월 1일을 앞두고 대규모 해고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불 보듯 뻔한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던 보건복지부가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방문간호사 등도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공문과 지침을 지자체마다 보냈다.

▲ 옥천군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라는 정부 권고도 무시한 채 방문간호사와의 계약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복직을 요구하는 방문간호사들의 기자회견.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2015년 지역사회 통합 건강증진 사업 안내서’에도 “방문간호사들이 포함된 통합건강증진사업은 상시·지속적 국고보조사업이며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1개 중 6개 지자체 무기직 전환
하지만 옥천군 등 일부 지자체는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옥천군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8명에 대해 무기계약직 전환은 물론 재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일자리를 박탈했다. 이에 대해 옥천군은 계약기간이 끝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방문간호사들은 명백한 해고라는 입장이다.

옥천지역 방문간호사들이 더욱 반발하는 이유는 옥천군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한 이유가 예산 부족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어 추가 부담이 없는데다, 옥천군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내 지자체들도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로 일자리를 잃은 옥천지역 방문간호사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옥천군이 2014년 12월 31일자로 방문간호사 5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2015년 1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무자비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른 것”이라고 성토했다.

도내 1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청주시와 충주시 등 6개 시군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5개 지자체 가운데 단양군과 음성군은 기간제로 다시 채용해 일자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옥천군을 제외한 나머지 2곳은 대상자가 없었고, 재계약 조차 체결하지 않은 곳은 옥천군이 유일하다.

단양군과 음성군도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는 않았지만 기존 방문간호사들이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은 면했다.

갈등의 피해,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각차다. 해당 방문간호사들은 명백한 해고라고 주장하는 반면 옥천군은 계약 종료일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 실질적 전환률은 30%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해고가 아닌 계약만료 통보”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옥천군이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사업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정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 같은 꼼수를 썼고, 같은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옥천군은 방문간호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간호사를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급히 구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방문간호사 관련 논란은 일선 현장에서 서비스대상자인 지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한 관계자는 “1인당 500가구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간호사가 바뀌면 대상자들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사업의 연속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당해고 구재신청을 낸 5명의 방문간호사에 대해 청주노동인권센터 주형민 노무사는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낙관했다. 주 노무사는 “2명은 2013년 이전에도 다른 형태로 기간제 노동자로 근무한 사실이 있어 이를 포함하면 기간제법에서 정한 2년을 초과한다. 나머지 3명 또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것”고 설명했다. 갱신기대권이란 선례나 정황상 만료된 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옥천군, 비정규직 인건비로 정규직 수당 지급
방문 간호사 “돈 없어 무기직 전환 안 된다더니” 울분

옥천군이 예산부족 등의 문제로 방문간호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인건비 예산 가운데 기타직과 무기계약직 예산 일부가 일반직 공무원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오대성 공공비정규직조조 충북지부 옥천지회장은 “비정규직 인건비로 책정된 예산 중 남은 것으로 일반직 공무원들의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했다. 일반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기간제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고, 이럴 경우 자칫 수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준인건비(총액인건비)로 운영되고 있는 인건비 예산은 크게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기타직으로 나누어 편성된다.

옥천군의 경우 일반직 예산은 부족하고 무기계약직과 기타직 예산은 일부 남아 이를 통해 연말에 집행되는 연가보상비 등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옥천군 관계자는 지난해 무기계약직과 기타직 인건비 중 일부가 일반직에게 지급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인건비 예산이 나누어 배정되기는 하지만 집행은 총괄적으로 할 수 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연가보상비나 시간외 수당 등은 재정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예산이 부족하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혹시라도 예산이 부족해서 수당을 받지 못할까봐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가능하다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도 충분할 정도의 인건비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남는 돈을 일반직 공무원이 가져간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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