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 마더스>와 원작 소설 <할머니들>

영화를 통해 문학 읽기25
윤정용 평론가

▲ 투 마더스 Adore , 2013 감독 앤 폰테인 출연 나오미 왓츠, 로빈 라이트, 자비에르 사무엘, 제임스 프레체빌
중년의 매력적인 두 여성이 있다. 그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소위 ‘절친’이다. 그들은 또한 매력적인 아들을 각각 두고 있다. 그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친구다. 넷은 한 가족처럼 잘(?) 지낸다. 그러던 중 두 여성은 친구의 아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좋게 포장하면 그들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동서양을 떠나서 도덕적,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일이라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리고 보통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막장드라마’라고 부른다. 여자 입장에서 보면 ‘나와 친구의 아들’의 관계가 되고, 남자 입장에서 보면 ‘나와 엄마의 친구’의 관계가 된다.

둘 중 어느 것도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이성으로는 납득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도 있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다.

바로 <투 마더스>(2013)라는 제목의 영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 영화가 2013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다가 한 논문(박선화, 「레싱의 「두 할머니」에서의 사랑의 부재」)을 읽으면서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영화를 찾아서 본 뒤 이 글을 쓴다.

영화 <투마더스>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할머니들」(The Grandmothers, 2003)을 원작 소설로 하고 있고, <위험한 관계>(1988), <어톤먼트>(2007)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햄튼이 각본을 맡았고, <코코 샤넬>(2009)을 감독한 앤 폰테인이 감독했으며, 배우로는 나오미 와츠와 로빈 라이트가 주연한 영화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 각본, 감독, 배우 등 영화의 외적인 면을 봤을 때는 분명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데, DVD로 출시하면서 ‘파격함’을 모두 덜어내서인지 개인적인 생각에는 상당히 밋밋하다.

할머니들의 우정, 결혼,이혼 그후

소설 「할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우정, 결혼, 이혼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중편소설이다. 주인공 로즈와 릴은 초등학교 개학 첫날부터 서로를 보호하고 돌보면서 자매처럼 또는 쌍둥이처럼 성장한다. 그들은 성장해 다른 대학을 다니고 결혼 한 이후에도, 즉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실제적/정서적으로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일견 이 작품은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두 여성의 불후의 우정 또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무엇보다도 「할머니들」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관계 외에 주목할 요소는 작품의 서술자와 공간적 배경이다. 먼저 이 작품에서 서술자는 할머니가 된 로즈와 릴, 그리고 각각의 아들인 톰과 이안, 그리고 그들의 딸들인 앨리스와 셜리로 구성된 6명의 일행을 지켜본다. 또한 작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서술자를 전지적으로 바라본다. 즉 이 작품은 서술자가 로즈와 릴을 바라보는 틀과 작가가 바라보는 또 다른 틀이 존재하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서술자의 목소리는 작가에 의해 통제된다. 작가는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를 내세워, 서술자가 바라본 모든 것이 전체가 아니며 동시에 외부에 묘사된 것 이면에 다른 의미나 사건이 담겨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할머니들」은 전체적으로 플래시백 기법을 이용해 두 중년 여성과 두 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로즈와 릴은 친한 친구관계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며 각각의 아들과 연인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이 결혼한 이후에도 비밀관계를 지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즈는 릴의 아들 이안과 비밀 관계를 유지하다가 며느리 메리에게 들킨다. 로즈는 공언할 수 없는 비밀이 마침내 탄로되었을 때 큰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로즈의 외아들 톰과 그와 비밀 관계를 맺은 릴, 그리고 옆에 앉은 이안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메리는 남편 톰과 친구 한나의 남편 이안을 바라보며 분노에 차서 단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자신의 딸 앨리스와 한나의 딸 셜리를 끌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로즈는 멀어지는 메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큰 웃음을 터뜨린다. 이 웃음소리는 시어머니 릴과 대면할 용기가 부족해 먼발치서 메리를 기다리는 한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한나는 견디다 못해 소리 지르며 자신의 딸을 데리고 도망친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후 로즈의 거친 그리고 승리에 찬 웃음소리는 메리와 한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채찍질과도 같다.

남편이 떠난 후 다시 친구가 되다

이제 로즈와 릴은 ‘악마’로 규정된다. 그들이 처음부터 악마인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서 악마적 공포의 어머니 양상이 출현하는 것은 순탄하고 남부러울 것 없던 그들의 결혼생활이 와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로즈의 남편 해롤드는 영국 북부의 한 대학에 자리를 얻게 되고 로즈에게 그 곳으로 이사하자고 제안한다. 로즈가 망설이자, 해롤드는 그녀가 릴과 떨어지는 것 때문에 망설인다고 생각하고, 릴이 그들의 결혼생활의 방해요소라고 간주한다. 로즈는 해롤드가 자신과 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결국 둘은 결별한다.

한편 릴과 그녀의 남편 테오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릴은 결혼생활에서 결핍감을 느낀다. 그녀는 테오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그는 출장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잠시 머물다 떠난 손님처럼 남편들이 떠난 뒤 로즈와 릴은 마치 그들의 인생에서 남편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듯이 예전처럼 서로 가깝게 지낸다. 이후 두 여성은 두 아들 외에 누구도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고 자신들과 두 젊은 아들로 구성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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