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특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신분이나 지위,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별한 권리나 이익’을 말합니다. 특별한 대우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누리고 싶어합니다.

특권이란 말은 ‘누린다’와 아주 어울리고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함께 따르는 책무는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인지 특권이 ‘포기하다’라는 말과 조합되면 왠지 더 대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재량사업비라는 특권을 포기한 청주시의회와 이를 추진한 청주시는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충북도의회는 의정비 인상과 재량사업비 존속,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쥐고 마치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폐지를 내비쳤다가 때로는 재량사업비의 문제로 지적되는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결국 폐지 결정을 했지만 줄타기 과정에 힘빼기로 큰 박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재량사업비는 시민의 혈세입니다. 이 돈을 마치 지방의원의 특권으로 사용해왔던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이제까지 지방의원은 이 특권을 누리기에 바빴지,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용하는 책무에는 둔감했습니다.

재량사업비는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입니다. 말 그대로 재량껏 쓰는 쌈짓돈, 투명하지 않는 돈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자치단체 본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과정도 투명하지 않으며, 정산 결과 역시 특별히 보고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량사업비에 대한 비리와 부정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폐지권고에 따라 서울과 경기, 경남, 울산, 강원도, 제주도 등 많은 자치단체가 재량사업비를 폐지하였고, 남은 지역은 충북을 비롯한 4곳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치단체와 의회의 폐지 결정으로 일단락 된 것만 같았던 재량사업비 문제가 최근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충북도경찰청에서 내사에 착수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그동안 카더라식 풍문으로만 떠돌던 내용들이 드디어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대적인 수사는 지난해 인근지역인 천안에서 발생했습니다. 검찰이 천안시의회 재량사업비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재량사업비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지방의원과 공사 업체 간 금품 수수 의혹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주시의회도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량사업비로 일부 지역의 경로당 비데를 일제히 설치하면서,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전 수요조사 없이 모 정당의 당직자가 운영하는 업체가 납품자로 선정되어 특혜 시비까지 일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불법·탈법이 확인되면 수사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풍문이 사실로 확인될지 시민의 관심은 높고, 그래서 이번 수사에 귀추가 더욱 주목됩니다.

사실 재량사업비는 지방의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적지 않은 재량사업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단체장이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올 한해 풍문을 확인하는 씁쓸함 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확인하는 훈훈한 미담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