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작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맡아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청주에 왔다.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그는 기획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지난 1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청주연초제조창을 둘러보고 16명의 기획전 참여작가들과 5시간이 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 1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술감독으로서 전시구상을 밝혔다.

알랭 드 보통 작가는 공예가 더 나은 삶으로 우리를 초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한국의 공예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실용적인 의미도 있고, 영혼, 종교와 같은 심미적인 내용도 있죠. 달항아리를 보더라도 단순하면서 유교적이고 또한 실용적인 면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전시를 통해 알리고 싶어요. 공예적인 물건의 그 이면을 이야기할 때 모든 게 어우러진다고 봐요.”

그가 맡은 기획전의 전시주제는 ‘아름다움과 행복(Beauty and Happiness)’이다. “현대에 있어 아름다움이 오해를 많이 받고 있어요. 아름다움엔 깊이와 철학사상이 없어도 된다고 인식하죠. 철학을 너무나 무거운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예전엔 종교는 정신과 아름다움이 함께 연결됐죠. 이번 전시를 통해 아름다움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공예가 삶의 충만한 감정을 일으켜주듯 행복이라는 감정과 잘 결합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40명의 작가명단을 알랭 드 보통에게 제공했다. 여기서 16명의 작가를 뽑았다.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해 알랭 드 보통 예술감독은 “근본적으로 참여작가들이 훌륭한 공예기법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단 이번 프로젝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작가위주로 뽑았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를 사랑, 행복, 미디어, 강함 등으로 잡았다. 그는 행복이란 주제에 대해 “행복은 너무나도 큰 단어에요. 인문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예술을 접목시키는 게 과제인데 모든 작업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 것들이 돼야 해요”라고 말했다. 더 나은 삶이 되려면 지금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사색하기가 필요해요. 처음에는 세상을 이해하는 게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불분명하고, 어둡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모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중이에요”

기자회견 모습

그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그 가운데도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이에 대해 인기를 실감하느냐 물으니 “이번이 4번째 한국방문이죠. 길 다가 시민들이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하기도 해요. 내 이름에 ‘보통’이 들어가는 데 한국말로 ‘보통’의 의미를 알고 있어요. ‘보통’이라는 말이 좋은 의미는 아닌데 이렇게 좋아해 줘서 고맙죠”라고 웃어보였다.

알랭 드 보통은 처음 비엔날레 조직위가 예술감독을 제안했을 때 “매우 놀랐어요”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솔직히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제안이 와서 아주 흥미로웠어요. 심미적인 가치를 예술가들과 협업해서 남기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제안에 흔쾌히 답했죠.”

전시공간인 연초제조창을 답사한 그는 “매우 거칠고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유럽에도 이러한 산업시대 유물이 많지만 연초제조창은 세련되고 우아하고 천장이 매우 높죠. 많은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번전시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면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전자, 기술이 발전했다고 알려졌는데 공예가 갖고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전시 기간에 기프트 샵을 운영해 관람객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일상으로 공예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전시를 보고 난 이후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떠나기를 바랍니다.”

그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Hands+, 확장과 공존'이라는 주제로 9월 16일부터 40일간 청주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시 기간 중 알랭 드 보통의 강연회가 잡혀 있다.

전시회가 개막하기 전까지 한국엔 그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작가들과 소통할 것이냐고 묻자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하거나 스카이프를 통해 작업을 풀어가기로 했어요. 이마저도 어려우면 런던으로 모이기로 했죠. 일전에 캐나다에서 전시기획을 했을 땐 개막식장에서 처음 작가들을 봤어요. 전시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알랭 드 보통은 지난해 책 <영혼의 미술관>을 펴냈다. 미술작품을 시대나 사조에 따른 구분이 아닌 감정에 따라 보기를 권했다. 미술이 갖고 있는 치유의 부분을 부각시킨 작업이었다. 이 같은 철학은 그가 2008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를 열고 현 교육 시스템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도 닮아있다. 그는 삶의 의미, 행복, 우울, 죽음, 인간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철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호주, 브라질 등 전 세계 8곳에 분교를 운영중이다. 올 상반기 한국에도 이 같은 시설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도록에 이야기를 덧붙여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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