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16년차 직원…120만원 월급에 ‘자뻑’ 30만원
임원, 직원에 '땅콩회항' 능가하는 욕설…"인격체로 존중을"

옥천농협 해산할까, 노사관계 진단
① 갈등 부른 귀족노조 실체는?

옥천농협노조(분회장 강영철)가 파업에 돌입하자 농협조합원들이  "옥천농협 직원은 배터져 죽고 농민 조합원은 굶어 죽는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농민 조합원은 연봉 1억원도 더 받는 직원들이 농민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파업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 여론을 바탕으로 옥천농협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희순)은 '농협해산'이라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귀족노조'라던 옥천농협 직원들의 급여를 확인한 결과 매년 최저임금에 턱걸이로 걸리는 직원들이 존재했다. 

입사 14년차인 모 직원은 상여금이 없는 달에 고작 120여만원을 월급으로 받아 이중 30여 만원을 농협 보험상품 대금으로 납부했다.

귀족노조 탓을 하며 농협 해산 카드까지 꺼내 든 옥천농협은 막상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서울출신의 노무사를 고용했다. 귀족노조 때문에 농협 해산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옥천농협의 실태를 살펴본다.(편집자)

   
   
▲ 고액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농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농협과 비인격적대우와 독선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을 하게 됐다고 맞서는 노조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노조파업을 비난하는 농협조합원의 현수막과 노조의 집회장면

"얼마나 좋으면 2년 이상 월급을 줄테니 나가라고 해도 나간다는 놈 하나도 없어. 생일이면 축하금도 주고 다과회도 열어야 혀. 1억이상 받는 놈이 수두룩 혀".

진눈깨비 눈발이 흩날린  지난 19일 옥천 농협 앞. 옥천읍 대청리에 거주하는 농민 임 모(68) 씨는 머리띠를 두른 농협노조 직원들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뜨렸다.

임 모 씨 곁에 있던 농민 김 모 씨. 그는 자신을 옥천농협의 이사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시간제 직원도 연봉 3500만원을 받는다. 직원들 배 터지는 좋은 농협이다"이라며 임 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들 두 농민 외에도 집회를 하고 있는 주변엔 60~70대로 보이는 농민 20여명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지난 19일 전국사무금융노조옥천농협분회는 파업 돌입 이후 처음으로 옥천농협 앞에서 집회를 했다.

성실교섭과 독선적인사경영 관행 중단,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개최한 집회였다.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사무직종 노동자들의 파업 치곤 이례적으로 경찰 1개 중대가 배치돼 긴장감을 높였다. 이들 노조가 소속된 옥천농협 본점 및 주변에는 20여개의 현수막이 게재돼 있었다.

현수막 노조원들을 비난하는 농민과 농민단체 명의로 게재돼 있다. 내용도 매우 원색적이어서  "직원은 배터져 죽고 농민 조합원을 굶어 죽는다", "750% 보너스가 적다구요. 얼마를 더 드릴까요",

"농협직원 퇴사하라", "아주 떠나거라"등 극단적인 문구로 가득했다.

귀족노조 생떼, “이참에 해산하자”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옥천 농협 조합원 A씨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증오가 섞인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도대체 우리 나라의 농업조합은 주인을 철저히 무시하고 노조원이 주인인 농협이다. 과거 일본군국주의의 척식회사 정신만 살아있는 농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연 700%나 되는 상여금도 더 인상하고 싶다는 노조 농민을 위해서 한 일은 한 개도 없으면서 농민들 등 처먹고 남긴 돈을 조합원 아닌 자신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노조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농민들의 분노는 급기야 ‘농협 해산’이라는 미증유의 고지를 향했다. 옥천읍 추소리에 거주하고 있다는 B 씨는 “농협이 어떤 곳 인줄 아냐. 보릿고개 시절에 농협을 살리기 위해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쌀 한 되, 보리 한 말을 팔아 출자를 늘려 간 곳”이라며 “배가 불러 주인을 몰라 보는 직원들이라면 당장 노협을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C씨도 이희순 옥천농협 조합장에게 “농민조합원 전체를 동원해 노조에 맞서라. 이에 대해 논의해 주고 농협 해산안도 이야기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농협 해산안에 대해서 이희순 조합장도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조합장은 “노조 결성이후 농협 임원진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조합원 총회를 통해 해산 여부를 논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업 이후 15억원 이상 예금이 인출됐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주문 업체에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며 “농협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농민 조합원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에 대한 앞으로 전망에 대해 이 조합장은 “노조가 구체적으로 요구안을 이야기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쟁점도 잘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노조가 일방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면서도 “언제든지 대화는 열려 있다. 다만 농협의 규정과 법 테두리를 넘어서는 불합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분노가 집중된 노조원의 고액연봉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파업에 나가 평균임금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합장만 귀족연봉. 우리는 마이너스 인생”
1999년 입사 직원 D씨 급여통장 전격 공개

“자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납부하는 보혐료만 매달 30만원이 넘어요”. ‘자뻑’. 농협에서 판매하는 보험과 같은 자사 제품을 실적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구매하는 것을 이렇게 불렀다.

강영철 노조 분회장은 “농협에서 모든 직원에게 부여하는 4대 목표가 있다. 예금, 대출, 보험, 카드에 대한 실적 목표치가 있다. 이 외에도 하나로마트 구매 실적, 장례식장 고객 유치 실적까지 체크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문제 삼는 ‘억대연봉’ 설에 대해 강 분회장은 “조합장은 해당되겠지만 직원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정도 근무해 6000만원이 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보다 임금도 적고 최저임금에 저촉되는 직원이 10% 정도 된다”고 밝혔다.

1999년에 입사해 올해로 입사 16년째를 맞이했다는 직원 E씨는 자신의 급여통장을 전격 공개했다. 

급여 통장에 따르면 상여금이 없던 지난해 11월 그는 국민연금과 4대 보험을 제외하고 12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여기에 ‘자가운전보조’ 명목으로 10만원을 추가로 입금받았다. 반면 ‘자뻑’으로 알려진 보험과 관련해 5개상품 30여만원이 지출됐다.

상여금이 지급된 12월에는 공제 후 실 지급액으로 25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E 씨는 매월 평균 200만원 안팎의 급여를 지급받고 자뻑 상품 대금으로 30여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한 아이의 아빠라고 밝히는 E 씨는 “내가 받고 있는 월급으론 저축을 꿈도 못꾼다. 통장 잔고도 마이너스 1900만원이다”며 “이런 귀족 봤냐”고 반문했다.

옥천농협 가공공장에서 일한다는 F씨는 “지난해 내내 1달에 하루나 이틀 밖에 쉬지 못했다.  하루 3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하고 휴일 근로를 밥먹듯이 했지만 제대로 된 받은 적이 없다. 시간외근무는 30시간 까지만 지급하고 휴일근로는 수당대신 소액의 당직비만 준다. 부당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 박우용 사무국장은 “지난 8년간 임금인상이 된 해가 딱 한번 있다. 2013년에 5% 인상됐다. 나머지는 전부 동결이었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우리를 머슴 취급하지 말고 인격체로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며 옥천농협 모 임원의 욕설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개××. 씨발××. 좃×××”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로 가득했다. 이에 대해 이희순 옥천농협조합장은 “해당 임원과 직원사이에 사적으로 벌어진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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