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준 노동당 충북도당(준) 사무처장

▲ 신석준 노동당 충북도당(준) 사무처장
흔히 농촌에서 농협에 다닌다고 하면 좋은 ‘직장에 다니네’라는 답이 돌아온다. 노동조합이라도 만들라 치면 ‘배부른 농협직원들이 무슨 노동조합이냐’는 말을 듣기 일쑤다. 파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어지간한 배짱 아니고는 감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충북도내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금왕농협분회는 지난해 11월25일 파업에 들어가 23일 만에 단체교섭에 합의했다. 금왕농협분회가 단체 교섭에 합의한지, 한 달이 못되어 옥천농협 분회가 1월 12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의 반응은 시원찮다. “도내 농협노조 잇단 파업, 도미노 우려”라면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난 것처럼 보도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기도 한다. “월급 올려달라 파업”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확인해 보니 옥천농협분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또한 사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조가 예고 없이 파업”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자리에 제대로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사측이 청주지방노동청의 중재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아 법에 따른 정식 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절차가 정당했든, 농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자신들의 권리를 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파업 같은 마지막 행동은 더하다. 조합원인 농민들이 농협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알기 때문이다.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도둑놈’ 소리를 듣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농협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있다. 2013년 NH농협은행의 대출잔액은 135조 47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농업인에 대한 대출은 4조 9700억 원으로 3.7%밖에 안 된다. 1000원 예금을 받으면, 37원만 농민들에게 대출해준다는 얘기다. 애초 설립 목적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조직인 것이다.

일을 이렇게 하는데도 농협의 조합장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는다. 어지간한 임직원의 연봉도 몇 천만원대이다. 조합장 판공비는 아무리 적은 조합도 1년에 3~4억, 보통은 7~8억을 넘으며, 서울 등 대도시 농협의 조합장들은 몇 십억이 넘는다.

또 지역 농협조합들의 1년 평균 경제사업규모는 291억원, 조합 당 총자산은 244억 원이다. 지역농협 전체가 운용하는 예수금과 대출금의 평잔을 모두 합하면 약 29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자산과 사업이 감시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조합장과 몇몇 임원들 마음대로 운용되고 시행된다. 그러니 ‘농협’과 ‘비리’라는 말은 무슨 자석처럼 붙어 다닌다.

농협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이런 부담을 모두 안고 시작한 것이다. 농협 노동자들이야말로 하루빨리 농협이 몇몇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농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조금 따뜻한 눈으로 농협노조의 파업을 볼 필요가 있다.

농협 노동자들 또한 농협을 조합원인 농민에게 돌려주고 떳떳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업은 ‘배부른’ 사람들이 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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