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필독서로 알려진 M.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

김주란
청주시립 서원도서관 사서

“삶은 고해(苦海)다.”
이 책의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한다. 물론 익히 알고 있는 경구였지만 이상하게도 단언적인 메시지에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던 감동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삶의 고통은 자연스런 것이며 그 진리를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힘들지 않다고 은근하게 말하는 저자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답게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독자를 무장해제하는 힘을 발휘한다.

10여년 전 독서치료가 도서관의 새로운 영역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마음의 병에 관한 치유서를 찾으면서 처음 이 책을 접했었다. 내게 있어 책읽기가 지혜와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닌 마음을 치유하고 영적성장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강렬한 체험을 하게 했던 책이고, 그 후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내 인생의 책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책을 약에 비유했다. 스위스의 중세 수도원인 장크트 가렌의 도서관 건물 입구에 ‘영혼을 위한 약국(Medicine Chest For the Soul)이라 쓰여 있는 것으로 도서관은 사람을 치유하는 역할에도 오랫동안 기여해 왔음을 사서인 나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제목: 아직도 가야할 길 지은이: M. 스캇 펙 옮긴이: 최미양 출판사: 율리시즈
<아직도 가야할 길>은 저자 M. 스캇 펙 박사가 심리 치료 현장에서 만나 성공적으로 혹은 실패로 끝난 환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쓰여졌고, 건강한 삶을 향한 금쪽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4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들려준다. 1부 ‘훈육’의 장에서는 삶은 문제의 연속이고, 우리가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훈육을 배워야한다고 말한다.

훈육의 도구는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리에 대한 헌신, 균형잡기 이렇게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4가지 도구와 다음 장의 사랑의 의지로 우리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성숙해진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는 대목일텐데, 인간 누구나 공감하는 아픈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2부 ‘사랑’의 장에서 저자는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장해 나가려는 의지이다’ 라고 정의한다. 이런 사랑의 정의는 기존 사랑의 정의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고, 현대인이 쉽게 빠지는 사랑이 왜 충만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주고 있다. 저자가 달아놓은 소제목만 보더라도 사랑에 관한 새로운 사유를 하기에 유익할 것 같아 적어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신화
사랑은 자아영역을 확대하는 것
의존성을 경계하라
사랑이 없는 애착
사랑은 자기희생이 아니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다
관심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 사랑
상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독립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다
사랑은 두터운 책임감과 같은 것
사랑은 직면하도록 일깨우는 힘
사랑은 훈육되는 것
사랑은 분리다
사랑은 정신치료다
사랑이라는 미스터리

3부는 ‘성장과 종교’ 제4부는 ‘은총’ 이라는 주제이고 이 후반부도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3, 4부는 누구나 읽기보다는 관심 있는 사람이 선택사항으로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면서 불교에도 관심을 가졌고, 이슬람교 신비주의에도 심취했으며 뒤늦게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는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기독교에 귀의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종교적인 색채를 부분적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말하면서 종교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저자의 하느님, 원죄, 은총의 정의는 독특하다. 저자는 게으름을 원죄로 정의한다. 앞서 사랑의 반대말도 게으름으로 정의한 바 있는데 인간의 진화에 가장 큰 방해요소인 엔트로피를 게으름이라 말하고 있다.

선교의 의미 없이 말하고 있기에 거부감은 없지만 많은 비유가 기독교 용어이니 기독교인들이 읽는다면 신앙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고, 우리에게 소개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저자는 2005년 타계했지만 임상심리학의 고전인 이 책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만큼 이안에 담긴 글들은 힘이 있다.

최근 들어 심리학 대중교양서가 많이 출간되어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통계를 볼 때 사람들은 마음의 성장보다는 지식을 위한 독서에 치중함으로써 외양적인 성장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내면도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는 동안 삶이 주는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삶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성장의 기회와 가능성을 시험해야 하는 끝없이 가야할 길에서 너무 머뭇거리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한다. 막다른 골목을 마주쳤을 때 혹은 절망의 벼랑 끝에 섰을 지라도 바로 그 순간 우리에겐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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