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사 A씨 “업계 전반에 만연, 처리업체도 한 통속”
기업, 허위 계근장 막으려 계량소 찾지만 계량소도 매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운송업체가 처리업체와 짜고 반출량을 부풀려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행태는 업계 전반에서 자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체에서는 연간 최대 10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폐기물수집운반업체에서 근무했던 A씨는 이 같은 일이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 예로 자신이 맡았던 기업체 관련 계량증명서(계근장)를 제시했다. 음성군 소재 식품업체인 O사는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B사에 폐기물 처리를 위탁했다. B사는 폐기물운반업체로 O사에서 발생한 폐합성수지를 수거해 오창 소재 폐기물 처리장에 전달한다.

▲ 음성군 대소면에 위치한 D계량소. 전직 운반업체 기사 A씨는 특정 업체의 폐기물을 모두 이곳에서 측정했고, 그 때마다 1~3톤을 올려 계근장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1톤 올리면 10만원 이상 남아

운반업체인 B사가 식품업체인 O사로부터 받는 처리비용은 톤당 12만원, 폐기물을 활용해 고형연료를 만드는 ○○환경에 지불하는 돈은 톤당 8만원이다. 차액 4만원이 B사의 몫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는 이와 달랐다. A씨는 두 장의 계량증명서를 제시했다. 지난해 같은 날 작성된 계량증명서다.

한 장에는 5060㎏으로 기재돼 있고, 다른 한 장에는 6060㎏으로 기재돼 있다. 차량의 무게를 잰 시간은 동일한 17시 13분이다. 차량번호도 동일했다. 둘 중에 하나는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A씨는 “6톤짜리 계근장을 가지고 업체에서 돈을 받는다. 그리고 폐기물 처리업체에는 5톤 처리비용만 지불한다. 1톤 처리비용으로 받은 12만원은 한 푼도 떼지 않고 운반업체가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업체에 확인한 결과 6톤을 처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대개의 업체들이 운반업체를 통해 폐기물을 처리한다.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계량계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니 믿고 거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톤에서 물량이 많을 때는 3톤씩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O사의 경우 1주일에 1회 꼴로 폐기물을 처리하며 1회 처리시 4~5톤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나를 때 1톤씩만 올려도 한 달이면 48만원의 부당이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A씨는 “B사의 경우 거래업체가 100개 가까이 되고, 업체마다 매달 적게는 수톤에서 많게는 수십톤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B사가 업체들을 속여 벌어들이는 돈만 연간 수억원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씨가 제시한 계근장. 위 계근장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차량에 대해 무게를 쟀지만 서로 차이를 보인다. 처리비용을 더 받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아래 계근장은 기업체가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식 계량소를 지정해 검증하려 했지만 해당 계량소가 운반업체와 짜고 무게를 올린 정황이 포착된다.

웃돈 몇천원에 허위 계근장 작성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업체는 시중 계량소를 지정해 무게를 점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본보가 입수한 또 하나의 계량증명서(사진 참조). 음성 소재 제약회사인 H사는 지역 소재 D계량소를 지정해 계량하도록 했다. ○○월 8일 13시 20분에 D계량소를 찾아간 운반차량의 무게는 2만 860㎏이었다. 물론 빈차였다. 그리고 H사에 들어가 폐기물을 싣고 14시 20분 다시 D계량소로 이동해 무게를 쟀다. 결과는 2만 6600㎏, 공차중량을 빼면 5740㎏이 폐기물의 무게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운반업체는 H사에 비용을 청구했다. D계량소에서 무게를 잰 운반차량은 처리장인 ○○환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폐기물을 내리기 전 차량 무게를 쟀다. 15시 4분 차량 무게는 2만 5160㎏, 폐기물을 쏟아낸 뒤 12분 뒤인 15시 16분 ○○환경 계측기로 잰 공차 무게는 2만 1140㎏이다. 폐기물 무게는 4020㎏인 것이다. 운반업체는 ○○환경에 4톤에 대한 처리비용만 내고, 업체로부터는 5.7톤에 대한 처리비용을 받은 것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1.7톤의 폐기물이 처리됐고, 20만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많은 계량소에서 몇천원만 웃돈을 주면 원하는 만큼 무게를 올려서 계근장을 작성해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 소재 한 처리업체 관계자는 업계전반의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운반업체가 낮은 단가로 계약했다고 하소연하면 기름 값이나 보태는 수준에서 올려주기는 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처럼 1톤 이상 올리는 것은 범죄행위다. 업계가 대부분 그렇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해당업체만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중량의 차이만 있을 뿐 올려주는 것은 시인한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한 계량소 대표는 “계량소마다 기계가 다르다보니 200~300㎏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이면 의도적인 조작”이라며 “일부 계량소에서 업체의 편의를 봐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귀띔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장폐기물의 경우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소각장이나 매립장, 파·분쇄업체 등 처리장이 결정된다. 폐기물 처리장이 많다보니 경쟁을 하게 되고, 운반업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폐기물의 경우에는 도내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경기도권까지 운반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20만원 가까이 처리비용을 받는다. 1톤만 올려도 그만큼을 더 벌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관계자는 “자재비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올라가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발생하지도 않은 폐기물처리비용까지 지불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 일”이라며 “행정기관 등 관리감독기관이 나서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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