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은 안 하고 소모적 정쟁에 몰두... "패러디 보다도 못한 저질 정치여"

 네티즌이 제작한 패러디 포스터 한 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공조 행태를 꼬집은 이 패러디를 청와대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올린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나라당과 해당 언론사는 즉각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담당자를 문책하는 등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대통령 사과까지 운운하는 야당의 요구는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전대표의 패러디 사진 게재와 관련,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여성부의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패러디 논란' 토론방 바로가기

   정쟁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사태를 두고 여론은 정치권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패러디를 배치해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청와대의 태도는 경솔하고 신중치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으로 해프닝성 사안을 정쟁으로 부각시킨 한나라당의 태도 또한 성숙치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의원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하다시피 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당 대표까지 역임한 중견 정치인으로서 미덥지 못한 행동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6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패러디사건 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친일진상규명이나 철저히 하라”는 냉소어린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풍자와 해학을 위해 원작의 표현과 문체를 차용하는 문학 기법인 패러디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인터넷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치인과 정치이슈에 대한 정치 패러디는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해 왔다.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패러디는 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고, 심지어 상대 정당과 정치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 공모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반대로 불리한 내용의 패러디에는 법적 대응 등 단호한 입장을 보여 왔다.


 네티즌들은 패러디에 대한 정치권의 이중적 태도가 표현의 자유와 패러디의 기본정신을 폄훼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가 된 ‘박근혜-조선·동아’ 패러디 제작자인 신모씨는 “누군가 내 작품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것인데 청와대가 원작자 확인조차 하지 않고 초기화면에 이를 게재했다”며 청와대의 경솔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신씨는 또 “한나라당이 지난해 11월 당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을 내 걸고 패러디를 공모해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신씨는 16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글을 정치 패러디 전문사이트인 라이브이즈닷컴에 올렸다.


 정책대결은 등한시 한 채 패러디 하나를 놓고 극한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 동료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때는 사이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소한 감정 싸움에는 올인을 서슴지 않는 우리 정치의 수준에 대해 네티즌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미디어다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