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수색· 재판이라는 외부적 요인 발목 잡아
0교시·고입선발고사 폐지…일부 업무경감 이뤄내

충북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지난 6개월 총평

지난 7월 1일 진보교육감의 탄생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이슈였다. 50년 만에 진보교육감의 탄생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후 6개월이 지났다. 교육계 인사들은 지난 6개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시간이었다”고 평한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타지역 진보교육감들보다 속도가 안 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한다.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13명의 진보교육감 탄생으로 공교육 변화를 예고했다. 김 교육감은 외부적으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송이 진행됐고, 보수색이 강한 지역적 성향으로 개혁 드라이브가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의전 간소화 호평

반면 보수 지역인사들은 “개혁 속도가 너무 빠르면 안 된다.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한 지역의 보수 인사는 “혁신학교 내용을 보면 2009년 교육과정 개편과 중복되는 것들이 많다. 이미 열심히 하는 학교가 있는 데 혁신학교가 모든 걸 다한다고 말할까봐 좀 걱정이 된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목표를 잃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올해 충북교육은 어떠한 변화를 예고할까.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 시행과 더불어 진로교육체험 센터 구상 등 다양한 정책이 구현된다.

김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0교시 폐지, 고입선발고사 폐지를 시행했다. 고입선발고사는 올해부터 시험이 폐지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게 됐다. 교육감 관련 의전을 간소화해 권위주의를 내려놓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밥값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원들이 파업을 강행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정책이 정작 현장에 내려가는 다르게 변형되기도 했다. 0교시 폐지의 경우 학교마다 돌출되는 그림이 달랐다. 경기도가 9시 등교를 원칙으로 하면서 초중고교 90%가 시행하는 것과 달리 충북은 0교시 폐지의 원칙을 취임 초 내려 보냈다. 하지만 시행방식은 학교 재량권으로 돌렸다. 그러다보니 등교시간은 30분씩 늦춰졌지만 하교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경우가 생겨버렸다. 0교시가 사라진 대신에 이른바 8·9교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일괄적인 9시 등교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혁신학교 첫 시행

지난해 혁신학교 10개교와 준비교 21개교를 선정해 충북형 학교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했다. 혁신학교의 경우 예산을 두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도의회에서 ‘성적저하’를 이유로 삭감하는 등 논란을 겪다가 일부 삭감한 예산이 통과됐다. 혁신학교는 공교육 변화의 모델이 다. 혁신학교를 통해 학교 혁신을 이뤄가겠다는 게 진보교육감의 최대 목표다.

취임하면서 김 교육감은 공약을 점검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TF팀과 학교 혁신 TF팀을 운영했다. 12명의 교사가 파견교사 형태로 TF팀에 들어가 큰 틀을 짰다. 이를 두고 여전히 보수진영 인사들은 못마땅해 한다. TF 인력구성이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파견교사들은 2월말로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

학교 재량권 있어 강제 못해

혁신학교 TF팀은 혁신학교에 대한 큰 얼개를 짜고, 기준을 정해 대상 학교를 선정했다. 또 충청권 혁신학교 협의회를 구성해 공동연수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행복교육 TF팀에선 공약 전반에 대한 이행계획을 세웠다. 박을석 행복교육TF팀장은 “김 교육감의 공약을 68개 과제 200여 세부계획으로 잡았다. 불필요한 공문제도를 폐지하는 등 업무 경감을 위해 전체적인 점검을 했다. 이렇게 바꾼 지침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냈지만 학교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강제하기가 어렵다. 체감되는 게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등 주관학습계획 폐지, 적정냉난방온도 유지,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학교 평가 방식 재정비 등 바꾼 것들이 많이 있다. 학교 업무경감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에 업무경감 TF팀이 구성돼 운영될 것이다. 시대적 요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업무는 복잡해지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 관행처럼 해왔던 내용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하는 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달라 충돌을 빚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충북교육청은 올해 ‘함께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한다. 첫째 온라인 정책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고 둘째 미래형 학력을 키우기 위해 행복씨앗학교의 내실있는 운영과 체험 중심의 진로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문화예술 동아리와 인문소양교육을 활성화하고 넷째 학습준비물, 유아학비 지원 등 사부담 공교육비를 경감하고 장애, 다문화, 탈북학생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섯째 학교숲·초록학교를 운영해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첫 발을 떼는 혁신학교는 김병우 표 교육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2016년부터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 대비해 올해 진로진학센터를 권역별로 설치하는 안도 짠다. 특수교육분야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기관 설립이나 초록학교 운영, 장애인 자활카페 등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김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의 라벨링이 제대로 값을 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충북교육 혁신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표지 사진 이야기
“학교에 뭘 바라니?”…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해 물으니 대답이 참 현실적이다. 동아리는 있는 데 왜 동아리실은 없는지 따져 묻는다. 교실은 많은데 동아리실은 없는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동아리실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를 지었다고 말할 수밖에. 왜 10시까지 자율 아닌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급식실이 넓었으면 좋겠고 왜 반찬으로 매일 제육볶음만 나오냐고 따진다. 학교에 쥐가 없었으면 좋겠고, 화장실은 좀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을 적는다. 지난 3일 행복카페에서 열린 고교생밴드 동아리 축제에서 만난 충북여고 ‘옹아리’팀과 신흥고 ‘모닝커피’팀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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