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비리척결을 위해 각 분야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수사당국이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과 관련해 해당기업과 유착 의혹을 받는 국토교통부 김 모 조사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구속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김포공항 인근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김 조사관의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 기록을 확보했다. 그리고 최근 김 조사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검찰에 의하면 김 조사관은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실 은폐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 모 상무에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수시로 알려 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여 상무는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상황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거짓진술을 강요한 혐의(증거인멸·강요)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15년 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국토부로 옮긴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사람은 30여 차례 통화하고 10여 개의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국토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대한항공과 국토부간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모양새다. 사건 당시 비행기에서 쫓겨난 박 모 사무장은 “국토부 조사관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것이라는 압박을 회사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조사하는 국토부 조사관 6명 중 2명과 항공 관련 주요 보직의 30%가 공히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점만 봐도 은폐 및 조작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대한항공 출신 조사관을 배제했어야 했다.

국토부가 대한항공 하수인이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과 국회에서 집요한 추궁이 없었더라면 국토부에서 대충 조사하고 덮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국토부는 이같이 독버섯처럼 똬리를 세게 틀고 있는 이른바 ‘항피아(대한항공 출신+마피아)’ 문제를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한다.

그동안의 관피아 문제는 관료출신이 민간기업에 들어가 부패를 저지르는 방식이었는데 이 사건의 경우는 그 반대다. 민간기업 출신이 공직에 들어가 친정 기업과 짜고 사익을 챙기는 부패행태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국토부 내에 다른 조사관들도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의 감사와 실태조사도 병행돼 전모를 파헤치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게 고쳐야 한다.

국토부 기획조정실장(1급)이 직무관련 기업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다 적발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다. 이제는 죄송하다는 장관의 상투적 사과로 국민들의 분노를 삭이기 어렵게 됐으니 관과 재벌간 유착 고리를 끊을 대책을 제대로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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