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 유영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단지 하루 차이인데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고, 마음가짐이 바뀌는 때를 우리는 새해라고 부른다. 이렇게 시간의 시작과 끝을 정해 놓는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삶 앞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새 꿈, 새 희망을 품어보는 기회를 갖기 위한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 날, 우리 사회는 무엇을 돌아보고 기대를 갖는지 알기 위해 신문을 펼쳤다. 예상대로 각 신문 1면에는 을미년 희망의 새해를 상징하는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신년 특집 증면으로 새해를 향한 우리 사회의 희망과 기대들을 담았다.

그런데 모든 신문을 읽고 나서 무슨 희망을 가져야하는지 허전하고 불편했다.‘사람이 미래다’라는 감동적인 제목의 특집기사마저도 ‘역시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신문을 덮었다. 그것은 바로 기사 대부분이 남성들 중심으로, 남성 인물 위주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가 무슨 남성, 여성이 있겠느냐는 반문과 그렇게 피곤하게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눈으로 보면 온통 남성만의 세상처럼 보인다.

신년인사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년인사회를 가보더라도 남성들이 훨씬 많고, 여성들은 대개 뒷전에 있다. 누구를 탓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매우 익숙한 현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굳게 닫혀있는 ‘성별화된 세상’을 문제로 거론하는 것이다. 가치, 규범, 역할, 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성별화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이다.

국민이 행복한 국가로 손꼽는 스웨덴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 양육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성평등하게 키우고 있고, 부모가 공평하게 참여하고 있다. 남자아이가 소꿉놀이를 하며 논다.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나 똑같은 잣대가 주어지는 사회, 스웨덴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간 ‘여풍세상, 여성천하…’라고 회자되어 온 시간이 있으니 세상이 조금은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도 남성 중심이다. 남성이 등장하지 않을 때만 여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성별화된 사회가 문제이며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과 문화가 많이 부족하다.

충북여성발전센터에서는 지난 해 충북의 여성인물을 발굴하여 ‘충북 여성인물사-새로운 길을 밝힌 여성들’을 준비하여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굳이 여성 인물사를 출간하고자 한 것은 역사 속에는 남성뿐만 아니라 언제나 여성도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역사 속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여성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후세에 유용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작업을 하면서 여성인물에 대한 기록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우선 현존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하여 충북여성인물을 처음 기록으로 남기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균형있는 삶이 건강한 것처럼, 사회 구성 자체도 여성과 남성이 골고루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균형있는 사회가 바로 성별화를 극복한 성평등한 사회가 나가고자 하는 사회이다.

내년 새해 신문 첫 소식에서는 여성도 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을미년 새해 그것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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