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크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해피엔드 방식 따르지 않아

영화를 통해 문학 읽기22
윤정용 평론가

▲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미국드라마 감독: 더글라스 서크 감독출연: 제인 와이만, 록 허드슨
‘멜로드라마’는 영화의 초창기부터 중요한 특질이 되었지만, 영화학자들이 멜로드라마를 영화의 한 ‘장르’로서 진지하게 주목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이 시기에 들어 멜로드라마에 대한 정의와 범주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영화 연구에서 채택된 이론적, 방법론적 접근 결과, 멜로드라마는 영화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기에 이른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멜로드라마가 다른 장르의 영화들과 차별성을 갖게 된 것은 대체로 토마스 샤츠의 공이다. 그는 『할리우드 장르들』(1981)에서 멜로드라마를 서부극, 갱스터 무비, 하드보일드 탐정영화, 스크루볼 코미디, 뮤지컬과 구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멜로드라마를 1950년대, 좀 더 좁히자면 1954년부터 1960년까지의 가족 멜로드라마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시기의 멜로드라마 목록에는 특히 더글라스 서크와 빈센트 미넬리의 영화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랑보다는 이웃들의 시선 의식

샤츠는 미넬리보다도 서크를 원형적인 멜로드라마주의자로 평가했다. 그는 서크가 양식과 태도에서 기본적으로 다른 멜로드라마주의자들과 상당히 차별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서크의 멜로드라마는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는 달리 ‘해피엔딩’을 거부하며 관객의 연민과 정서를 대부분의 다른 멜로드라마주의자들과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조직했다. 요컨대 서크와 그의 1950년대 영화들은 장르로서 가족멜로드라마를 정의하고 대체로 멜로드라마를 위한 장르적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권적인 지위와 역할이 부여되었다.

서크가 <마음의 등불>(1954)로 거대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자 유니버설 영화사는 그의 성공에 편승하고자 이 영화에 출연했던 록 허드슨과 제인 와이먼을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1955)에 다시 출연시킨다.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은 영화가 평범한 대본으로도 감독의 역량에 의해 큰 사회 비판의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예거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브레히트적인 기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이 영화를 통해 입증되었다.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은 교외의 부유한 미망인 캐리 스콧(제인 와이먼 분)과 그녀보다 더 젊고 자유로운 비국교도 정원사 론 커비(록 허드슨 분)와의 사랑을 다룬다. 둘의 관계는 편협하고 경직된 동네 이웃들 사이에서 추문의 대상이 된다. 누구보다도 그녀의 결혼을 가장 반대하고 그녀에게 최후통첩(그녀의 젊은 연인들 포기하든지 그녀의 자식들을 잃든지)을 하는 이들은 캐리의 성장한 아들과 딸이었다.

고민에 빠진 캐리는 사랑보다는 사회적 체면을 선택해 결국 론을 포기한다. 캐리의 이런 자기희생적 행동의 무익함은, 그녀의 아들이 어쨌든 집을 떠나고 그녀가 집을 팔아야하고 홀로 남게 되는 상황에서 명징해진다. 하지만 눈 덮인 절벽에서 론이 추락해 위독해지자 캐리는 그를 간호하기 위해 그의 곁에 남는다.


미망인과 정원사의 사랑

앞에서 언급했듯이,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를 포함한 서크의 영화는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따르지 않는다. 이 영화도 표면상으로는 두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한다는 ‘러브 스토리’가 메인 플롯처럼 보이지만, 서크는 둘의 사랑보다도 이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은 이웃, 가족에 방점을 찍는다. 따라서 둘의 사랑은 ‘지상이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이 된다.

서크의 멜로드라마에서 배경은 보통 실내 장식이 등장인물의 성격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유한 중산층 미국가정이다.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에서 캐리는 자주 그녀의 화려한 집안에서 의미가 부여된 대상들에 둘러싸인다. 예컨대 그녀가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장면은 그녀가 관습에 갇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캐리는 론과 자신의 관계로 인해 비웃음의 대상이 된 그녀의 딸 케이와 눈물어린 대화를 한다. 이 장면은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무지갯빛이 두 사람에게 받치는 가운데 벽에 붙은 두드러진 원형의 창문이 있는 케이의 침실에서 이루어진다.

유리창, 관습의 상징 은유

이 장면에서 조명은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의 효과를 암시하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그것이 함축한 것들을 위한 표면적인 은유를 창조한다. 눈물을 흘리는 딸의 말을 경청하는 동안에 캐리는 론과의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여기서 조명은 캐리의 론에 대한 사랑이 운명 지어진 ‘계시’임을 상징한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스토닝엄이라는 가상마을을 크레인을 사용해서 교회첨탑으로부터 넓어져가는 공중에서 촬영된 숏이다.

외관상 미국 교외의 평온하고 목가적 분위기와 엘리트주의가 지배하는 컨트리클럽이 겹쳐진다. 컨트리클럽은 과부로서의 캐리를 바라보는 그 집단의 태도와 나중에 그녀의 연인이 된 론을 바라보는 태도를 설명하는 두 개의 극적인 시퀀스를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캐리가 론을 데리고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두 사람의 도착을 흥분된 채 기다리며 망사 커튼으로 훔쳐본다. 그녀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나는 론의 종속적인 사회적 위치로 인해 주목을 받는 캐리를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 캐리에게 추근거리다가 거절당한 하워드는 그녀가 론을 데리고 온 행동을 비난한다. 서크는 론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스토닝엄의 컨트리클럽 회원들의 반응을 통해 1950년대 미국 사회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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