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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의 중턱서 우뚝 솟은 속리산은 아무리 봐도 명산이다. 천황봉, 문장대, 비로봉, 관음봉이 연이어지며 높은 키를 자랑하고 복천암, 은폭동의 물소리가 현대인의 지친 심성을 보듬어 준다. 어디 그뿐인가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산행을 유혹하는 멧부리와 여러 계곡은 어진 자와 슬기로운 자가 찾는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생태계의 보고엔 이름 모를 들꽃이 저절로 피어 계절을 노래하고 사향노루, 줄 다람쥐, 멧돼지, 고라니가 울창한 대숲과 송림(松林)을 헤치고 출몰한다.주봉인 천황봉(天皇峰), 문장대(文藏臺)에 빗물이 떨어지면 세 갈래로 흩어져 금강, 한강,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래서 이곳을 삼파수(三派水)라 한다. 문장대 봉우리 이름은 참으로 문학적이다. 글(文)을 감춰둔(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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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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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주의 중심가는 상당구 성안길 일대이지만 고대의 중심가는 반드시 현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통일신라에서 현재까지는 상당산성이나 청주읍성을 중심으로 청주 시민들이 모여 살았다.그러나 신라, 백제, 고구려가 각축을 벌이던 삼국시대나 그 이전 부족국가 시대, 청동기, 신석기, 구석기 시대에는 상당구보다 흥덕구 쪽에 몰려 살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지리적인 여건에서 동쪽은 산악지대로 꽉 막혀 있고 미호천이 흐르는 서쪽은 툭 터진 평야지대다.삶의 터전은 기름진 땅과 물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형성된 산간 분지 사이로 금강이 흘러가니 그 냇가에 모여 농사를 짓고 질그릇을 빚으며 오순도순 살아갔던 것이다. 삶의 족적은 청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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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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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엄격하던 조선시대에 사림에서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하는 중요한 통로는 바로 과거(科擧)였다. 조정으로 보면 과거는 인재 등용의 수단이었으며 능력측정의 방법이었다. 식년시(式年試)는 3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행되던 과거시험이었고 증광시(增廣試)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 알성시(謁聖試)는 임금이 참관하던 부정기적 과거시험이었다. 흘러간 대중가요 ‘엽전 열 닷 냥’의 노랫말 중 “내 낭군 알성급제, 성황님께 빌고 빌어...”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임금 앞에서 급제를 했으니 얼마나 영광스럽겠는가. 식년시는 자(子), 묘(卯), 오(午), 유(酉)가 드는 해를 식년으로 하여 3년마다 치렀는데 분야별로 보면 소과(小科), 문과(文科), 무과(武科)로 나뉘었다. 소과나 진사과의 합격자를 생원(生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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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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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청주는 배가 떠나가는 행주형(行舟形) 지세라 했다. 배가 물위에 떠있으니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돛대가 필요했다. 청주백화점 앞에 서 있는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은 용두사라는 절 입구에 위치하여 법회가 있을 때 불기(佛旗)를 내 걸던 곳이다. 토착세력의 한 사람으로 불심이 돈독한 김예종(金芮宗)이 세운 이 당간은 일차적으로 용두사지를 알리는 표석 역할을 하였지만 행주형 청주 지세의 구리돛대(銅墻) 역할을 겸하였다. 불교는 전래과정에서 토속신앙과 결합하는 형태를 자주 보이고 있는데 용두사지의 철당간도 바로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청주가 배의 형국이므로 큰 인물이나 재물을 축적할 경우 청주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는 속설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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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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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산은 청주시민 삶의 체취와 추억이 묻어 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오르는 산등성이마다 향수의 조각이 숲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수리부엉이를 쫓으며 하늘로 쏘아 올린 어린 날의 푸른 꿈이 뭉개 구름으로 남아 산 정수리를 감싼다.우암산으로 소풍을 가던 그리움의 길목엔 아직도 아카시아 향기가 알싸하고 상수리나무 사이에선 살찐 청설모가 토실토실한 알밤을 정신 없이 까먹는다. 산을 찾는 검정 고무신이 운동화로, 등산화로 바뀌고 계절의 순환이 수천, 수만 번 거듭하였어도 우암산의 우직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나들이를 갔다 청주로 돌아올 때 플라타너스 숲 사이로 우암산이 보이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 멀리서 보아도 좋고 가까이서 보면 더욱 좋은 산이다. 그래서 우암산은 청주의 어머니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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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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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내버스를 타 보면 좌석 커버에 ‘세계문화유산 직지’를 명시하며 홍보하고 있다. 아무도 이것이 잘못된 표기인줄 몰랐다가 뒤늦게 한 여중생이 발견하여 청주시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서 바로잡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청주의 간판 문화재인 ‘직지’의 홍보가 정확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것이다. 직지는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유네스코에서는 세계유산 보존사업을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세계무형유산으로 대별되고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포괄하고 있다.현재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582건, 자연유산 149건, 복합유산(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복합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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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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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범종은 오대산 상원사 동종(국보 제 36호)과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봉덕사종: 국보 제 29호)이다. 범종소리와 더불어 조형 수법은 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의 절정을 이룬다.상원사 동종은 소리가 맑고 깨끗하며 성덕대왕신종은 신비의 법음(法音)을 간직하고 있다. 관련학계에서는 통일신라의 2대 범종으로 이 두 범종을 꼽는다. 신라시대의 범종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소리가 오묘하기 때문에 옛 종의 흔적을 찾는 기준점이 된다.상원사 동종은 종의 교과서다. 그 맑은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과학적으로도 규명하기가 힘들다. 여러 설화를 간직한 에밀레종의 육중하고 애잔한 맥 놀이도 미스터리에 가깝다. 과학적인 주조이외에도 깊은 불심과 공력 없이는 완성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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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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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에 나온 소설 ‘배비장’전은 판소리 소설로 오늘날까지 연극 무대에 자주 오르내리는 작품이다. 비장(裨將)이란 조선시대에 감사, 병사(兵使) 등을 수행한 관원으로 중간 계급에 해당한다.서울에서 제주도로 부임하는 배비장은 여자를 멀리하겠다고 아내와 굳게 약속한다. 어떤 관기(官妓)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배비장은 제주 목사(牧使)와 이방의 골탕먹이기 작전에 넘어가 아내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애랑을 연모하게 된다.봄나들이 수풀 속에서 애랑은 갖은 교태를 부리며 배비장을 유혹하고 상사병을 앓던 배비장은 이방을 통해 애랑과 러브레터를 주고 받는다. 어느날 배비장은 이방의 지정대로 개가죽을 쓰고 개구멍을 통해 애랑의 방으로 잠입한다. 이방은 느닷없이 애랑의 남편행세를 하며 고함을 친다. 급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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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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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우 게리 그란트가 열연한 영화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는 영화사(映畵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거장 힛치콕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이 영화는 50년대 말에 만든 첩보영화다. 세기의 미남 배우 게리 그란트(손 힐 역)와 여우 에마 마리 세인트가 의문의 미로를 헤메고, 반전(反轉)을 거듭하는 이 영화는 힛치콕 특유의 텃치가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의 라스트 씬은 큰 바위 얼굴에서의 결투장면이다. 높이 18m의 조각상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벌이는 결투장면은 아직도 많은 영화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우스 다코타, 러시 모어 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 조각은 이 영화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유명해졌다. 러시 모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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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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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이루어졌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용암동 일대는 청주의 외곽으로 과수원이나 소채 농사를 짓던 농촌이었다. 보은으로 향하는 큰길가 언덕배기에는 청주의 대표적 성씨인 청주 한씨의 집성촌이다. 전국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씨(韓氏)는 모두 청주 한씨 단일 본이다.대머리 한씨라고도 불리는 청주 한씨는 고려의 개국공신 한란(韓蘭)을 시조로 삼고 있다. 현재 용암동 신도시 입구에 있는 무농정(務農亭:지방기념물 제 85호) 과 방정(方井:지방기념물 제 84호)은 한란의 교육열과 후삼국의 풍운을 담고 있는 곳이다.무농정은 한란이 농사를 권장하기 위하여 지은 정자이다. 전국의 수많은 정자가 인문분야 글공부를 위한 후학 양성에 치중한데 비해 유독 무농정은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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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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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은 한국인의 영원한 향수다. 아리랑은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담은 국민가요다. 지금까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아리랑처럼 많이 불린 가요는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우리는 아리랑을 응원가 삼아 합창하였고, 남북 이산가족이 만날때에도 아리랑을 서럽게 서럽게 부르며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 아리랑이 이토록 국민애창곡 1위를 기록하며 한국인의 영원한 노래로 회자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아리랑이 담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정(情)과 한(恨)으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정서는 참으로 유별나다. 무슨 정과 한이 그리 많기에, 시도 때도 없이 범 민족적인 정서가 아리랑으로 형상화되어 그리움이라는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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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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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대사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고구려는 지안(集安)과 평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삼국의 접경지대인 충북에도 고구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고구려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고구려와 신라, 백제의 문화가 혼합된 사례도 흔히 발견된다. 광대토대왕의 아들 장수왕은 475년, 대대적인 남하 정책을 편다. 수도를 지안에서 평양으로 옮긴후 우선 한성 백제를 공격하여 한강유역을 장악하게 된다. 백제역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한성백제는 한강시대를 마감하고 공주, 부여 등 금강 유역서 새 둥지를 튼다. 충북대박물관에 의해 조사된 부강 남성골 산성은 바로 고구려의 남하시기에 축조된 성으로 고구려의 최남단 기지이다. 이곳에서는 저장 구덩이와 더불어 몸통이 긴 고구려계의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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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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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책에는 오늘날 서적에서 볼 수 없는 옛 책만의 아름다움이 행간마다 숨어 있다. 금속활자를 만들고 먹물을 묻혀 활자를 찍어내고 책표지를 아름답게 만들고, 제본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예술이고 장인의 구도적 자세다. 책 표지는 두툼한 한지를 겹쳐 그 안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무늬를 새겨 넣었다. 능화판(菱花板)은 보자기, 이불보, 책표지 등의 문양내기에 사용된 무늬 목판인데 특히 책표지 무늬 넣기에 많이 사용되었으므로 능화판 하면 책표지 무늬판으로 통용되어 왔다. 능화(菱花)는 책표지 무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무늬로 연못의 넝쿨 마름 꽃을 일컬음이다. 책표지에는 연꽃무늬, 봉황무늬, 풀잎무늬, 번개무늬, 귀갑무늬(거북등 무늬), 만자무늬(卍) 등 수없이 많은 전통문양이 등장하나 기본이 되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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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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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도 같은 내용을 소재로 하여 가장 많이 만들어진 영화는 아마도 ‘타잔’일 것이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 원작 소설인 ‘타잔’은 무려 48회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문명과 고립되어 밀림에서 여러 야생 동물과 함께 사는 근육질의 타잔과 미모의 제인, 그리고 그들의 원숭이 친구 치타는 간간이 웃음을 선사한다. 영장류(靈長類)를 주제로 한 대표적 영화는 역시 ‘킹콩’이다. 1976년 존 길러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긴박감을 살리면서 사람과 킹콩의 우정과 갈등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석유회사 간부인 윌슨의 탐욕과 달리 무인도에서 원주민에 의해 킹콩의 제물로 바쳐진 배우지망생, 앤 드완(제시카 랭 분)은 엉뚱하게도 킹콩과 신뢰와 정을 쌓아나간다. 뉴욕으로 이송된 킹콩은 이벤트 도중 탈출하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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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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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들의 고향, 아테네에서 열린 제 28회 올림픽에서 한국의 남녀 신궁들이 귀신같은 활솜씨를 보이며 세계를 제패했다. 4개의 메달 중 3개를 따냈으니 한국을 일컬어 '신궁의 나라'라고 부를만 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나 율리시즈도 시샘을 할 솜씨였고 아들의 머리 위에 얹은 사과를 맞췄다는 윌리암 텔마저 기가 죽을 만한 쾌거였다. 1만7천년전 후기구석기 유적인 단양 수양개에서는 약 2백여점의 흑요석이 발견되었다. 흑요석이란 화산 폭발시 생성되는 단단한 암질의 돌로 화살촉, 창 등 예리한 사냥도구를 만드는데 사용한 선사인의 보물이었다. 선사인들은 이동시 흑요석을 재산목록 제 1호로 챙겼다. 이 돌이 있어야 여러 사냥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요석은 생존을 위한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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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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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머슴들의 잔칫날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칠월 백중이다. 칠월 칠석에서 백중 사이에 세벌 매기가 끝나면 논농사는 가을 타작만을 남겨둔다. 농번기 사이에 잠간 찾아오는 ‘섬 머 브레이크’다. 논농사 김매기는 대략 세 번에 걸쳐 실시되는데 이 고된 일을 마치면 손으로 김매기를 할 정도로 농사일이 쉬워진다. 이 때 일꾼들은 호미를 씻는다고 해서 ‘호미씻이’ 또는 호미를 걸어둔다고 해서 ‘호미걸이’를 하였다. 호미걸이는 일꾼들의 작은 축제였다. 논에서 풍물을 치며 마을로 들어왔고 주인은 그간 머슴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약간의 용돈과 옷을 해 주었으며 머슴을 소에 태워 돌기도 했다. 몇 푼의 용돈을 받은 머슴들은 때 맞춰 열리는 백중 장을 보며 장 구경을 하였고 귀가 길에는 보신탕,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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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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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가 생겨나기 이전, 비단강 금강(錦江) 상류에 해당하는 오가리에는 천렵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구봉산, 구룡산의 산 그림자가 땡볕을 막아주고 소백의 협곡을 돌아온 맑은 물에는 피라미, 붕어 떼가 지천이었다. 강물이 차서 더러 익사사고도 발생하였지만 오가리는 청주, 청원 시군민의 더위를 씻어주는 시민의 강이었다. 강변에 텐트를 치고 멱을 감으면 그 한기(寒氣)가 뼈속 까지 으스스 스며들었다.강변 모래밭에서 씨름을 하다 지치면 누가 멀리 가나 물수제비 뜨기 내기를 하였고 밤이 내리면 은하수를 바라보며 미련스럽게 별을 헤다 잠이 들었다. 그 추억의 물줄기를 막은 대청댐이 조성되더니 물수제비 뜨던 사람도 별 헤던 사람도 자취를 감추었다. 정든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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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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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요 지자(知者)는 요수(樂水)라 했거늘 예로부터 산자수명한 청풍산하에는 요산요수가 가는 곳마다 즐비하니 어질고 슬기로운 자가 어찌 ‘피서 충북’을 마다 하겠는가. ‘송송백백암암회(松松柏柏岩岩廻) 수수산산처처기(水水山山處處奇)’ 소나무 잣나무 바위를 돌아서니 물과 산이 가는 곳마다 기이하더라... 김 병 연(김 삿갓)의 명시가 어울리는 곳은 아무래도 화양구곡인 듯 싶다. 십 오리길 계곡으로 펼쳐지는 소나무, 잣나무 숲은 햇빛을 가려주고 기암절벽 사이로 흐르는 벽계수는 생활에 찌든 도시인의 마음을 깨끗이 헹구어 낸다. 하늘을 받친 듯 길게 뻗친 경천벽,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운영담, 큰 바위가 첩첩이 겹친 첨성대, 맑은 물과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입맞춤하는 금사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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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고문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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