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백의 중턱서 우뚝 솟은 속리산은 아무리 봐도 명산이다. 천황봉, 문장대, 비로봉, 관음봉이 연이어지며 높은 키를 자랑하고 복천암, 은폭동의 물소리가 현대인의 지친 심성을 보듬어 준다. 어디 그뿐인가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산행을 유혹하는 멧부리와 여러 계곡은 어진 자와 슬기로운 자가 찾는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생태계의 보고엔 이름 모를 들꽃이 저절로 피어 계절을 노래하고 사향노루, 줄 다람쥐, 멧돼지, 고라니가 울창한 대숲과 송림(松林)을 헤치고 출몰한다.주봉인 천황봉(天皇峰), 문장대(文藏臺)에 빗물이 떨어지면 세 갈래로 흩어져 금강, 한강,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래서 이곳을 삼파수(三派水)라 한다. 문장대 봉우리 이름은 참으로 문학적이다. 글(文)을 감춰둔(藏)
오피니언
임병무 고문
2004.12.10 00:00
-
지난 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는 참으로 뜻 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원대학이 연속기획공개강좌로 마련한 ‘원흥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라는 토론회가 손문호총장, 김정기 전총장을 비롯하여 시민운동가들,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가운데 개최 된 것입니다.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상임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한범덕 충북도정무부지사, 허원 원흥이평화회의 공동대표, 계용준 토지공사충북지사장, 염우 충북환경련사무처장, 이상헌 대통령자문 지속가능위원회팀장등이 나서 그 동안 우여곡절 끝에 대 타협을 이끌어 낸 원흥이두꺼비 보존전말을 정리했습니다. 애당초 토론회는 시민단체와 토지공사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룬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4.12.10 00:00
-
-
요즈음 청주에서는 충청일보 사주인 임아무개씨를 둘러싸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분은 또한 서울대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9월22일 신문파업을 단행한 노조에 대하여 사측은 10월14일 직장폐쇄와 신문제작의 중단결정으로 맞섰고, 11월10일 마침내 법인청산을 결의함과 동시에 일주일 뒤 114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기에 이르렀다. ‘사주’가 법적 절차를 강행할 경우, 58년 역사의 이 신문사는 직원과 그 가족의 절규와 지각 있는 도민의 분노 속에 종언을 고할 판이다. 1950년대 ‘이승만 견(犬)통령’ 사건으로 한때 폐간을 당했던 이 신문이 이번엔 스스로 폐간을 향해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며칠 전 찾아간
오피니언
충북인뉴스
2004.12.07 00:00
-
-
-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시인, 평화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스님이 쓴 ‘화’(원제:Anger)에 보면 화나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어떻게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스님은 먼저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충고합니다. 화는 내가 내는 것이지만 그 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또 화는 비록 그것이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나의 화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다시 화를 불러오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화는 자신과 남을 가장 고통스럽게 합니다. 때문에 화를 안고 사는 것은 그가 누구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4.12.03 00:00
-
현재 청주의 중심가는 상당구 성안길 일대이지만 고대의 중심가는 반드시 현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통일신라에서 현재까지는 상당산성이나 청주읍성을 중심으로 청주 시민들이 모여 살았다.그러나 신라, 백제, 고구려가 각축을 벌이던 삼국시대나 그 이전 부족국가 시대, 청동기, 신석기, 구석기 시대에는 상당구보다 흥덕구 쪽에 몰려 살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지리적인 여건에서 동쪽은 산악지대로 꽉 막혀 있고 미호천이 흐르는 서쪽은 툭 터진 평야지대다.삶의 터전은 기름진 땅과 물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형성된 산간 분지 사이로 금강이 흘러가니 그 냇가에 모여 농사를 짓고 질그릇을 빚으며 오순도순 살아갔던 것이다. 삶의 족적은 청주 동
오피니언
임병무 고문
2004.12.03 00:00
-
-
신분이 엄격하던 조선시대에 사림에서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하는 중요한 통로는 바로 과거(科擧)였다. 조정으로 보면 과거는 인재 등용의 수단이었으며 능력측정의 방법이었다. 식년시(式年試)는 3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행되던 과거시험이었고 증광시(增廣試)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 알성시(謁聖試)는 임금이 참관하던 부정기적 과거시험이었다. 흘러간 대중가요 ‘엽전 열 닷 냥’의 노랫말 중 “내 낭군 알성급제, 성황님께 빌고 빌어...”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임금 앞에서 급제를 했으니 얼마나 영광스럽겠는가. 식년시는 자(子), 묘(卯), 오(午), 유(酉)가 드는 해를 식년으로 하여 3년마다 치렀는데 분야별로 보면 소과(小科), 문과(文科), 무과(武科)로 나뉘었다. 소과나 진사과의 합격자를 생원(生員)
오피니언
임병무 고문
2004.11.26 00:00
-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그 옛 날 왕조시대에도 공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듯 합니다. ‘나이 칠십에 능참봉을 하니 거둥이 한 달에 스물 아홉 번’이라는 속담은 죽을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관직에 올랐다는 자랑이기도 하려니와 한편으로는 뒤늦게 얻은 말단 관직이 고달프기만 하다는 푸념의 뜻이기도 합니다. 능참봉(陵參奉)이란 요즘의 공무원 9급에 해당되는 종9품의 벼슬로서 왕의 능을 지키는 말단묘지기란 뜻인데 ‘거둥이 스물 아홉 번’이라면 한 달 내내 왕의 행차를 맞아야 한다는 볼멘 하소연인 것입니다. 그러나 미관말직(微官末職)이언정 벼슬은 벼슬인지라 자랑은 자랑이었던 것입니다. 관(官)은 존귀하고 민(民)은 비천하다는 관존민비의 유교사상이 나라를 지배하던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4.11.26 00:00
-
-
-
-
예로부터 청주는 배가 떠나가는 행주형(行舟形) 지세라 했다. 배가 물위에 떠있으니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돛대가 필요했다. 청주백화점 앞에 서 있는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은 용두사라는 절 입구에 위치하여 법회가 있을 때 불기(佛旗)를 내 걸던 곳이다. 토착세력의 한 사람으로 불심이 돈독한 김예종(金芮宗)이 세운 이 당간은 일차적으로 용두사지를 알리는 표석 역할을 하였지만 행주형 청주 지세의 구리돛대(銅墻) 역할을 겸하였다. 불교는 전래과정에서 토속신앙과 결합하는 형태를 자주 보이고 있는데 용두사지의 철당간도 바로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청주가 배의 형국이므로 큰 인물이나 재물을 축적할 경우 청주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는 속설에 불
오피니언
임병무 고문
2004.11.18 00:00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유명한 말을 설파한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사악하며 이기적인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1600년대였으니 성악설의 아버지 순자(荀子)가 살던 때와는 무려 1800여 년의 시차가 있으나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데는 시공을 초월해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홉스는 아무런 사회적 제약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보고 싸우다 결국은 모두 생존자체를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그대로 두면 동물적으로 물고 뜯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됨으로 천부인권을 강력한 군주에게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4.11.18 00:00
-
저희 청주청년회의소에서 야심차게 1년여 동안 준비한 한국JC 제53차 전국회원대회가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전국회원대회가 막을 내린지 몇 주가 지났건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 그 행사에 대한 저와 청주JC 회원들의 애정이 남다랐던 것 같습니다.이 행사는 지난 2002년 청주JC와 동청주JC가 통합하면서 통합의 시너지를 살리고 하나가 된 기념으로 JC 3대 이념의 하나인 ‘지역사회 개발’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JC 전국회원대회의 개최를 신청한게 계기가 됐고 제주와의 경합으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 청주로 결정되는 쾌거를 안았습니다.막상 유치를 해 놓고 보니 경험이 없는 저희로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정작 우리지역을 홍보한다는 명분으로 행사를 유치해 놓고도
오피니언
충북인뉴스
2004.11.18 00:00
-
일반인들이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을 찾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건하려 한다. 종교는 그 이미지만으로도 범부들에게 외경(畏敬)을 안긴다. 이러한 자발적 발로 뒤엔 원초적인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곳 세계는 뭔가 다르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굳이 더 욕심을 낸다면 일상의 형이하학과는 저만치 떨어져 있을 것같은 형이상학을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종교인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그러나 최근 불교 관련 기사를 쓰면서 이런 ‘고정관념’에 동요가 생겼다. 특정 종교를 갖지 않은 다신론자(?)로, 불교의 그 깊은 뜻을 감히 헤아리지 못함을 몇 번이고 자책하면서도 취재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겁기가 그지없었다. 폐쇄적인 사찰운영, 일부에 국한되겠지만 그곳 인적 구성의 몰가치성,
오피니언
한덕현 기자
2004.11.18 00:00
-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곧 거리는 성탄 대목을 기대하는 장식으로 가득할 테고, 아이들은 성탄 연극을 준비하며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장만하느라 즐거울 것이다. 동정녀가 막 하느님의 아들을 낳았는데 멀리서 별의 인도를 받아 찾아온 동방의 박사들과 순한 양을 키우는 목동들이 경배를 올린다. 깨끗한 겨울 밤하늘에서는 천사가 나팔을 분다. 그러나 성탄 주변 이야기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아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의 미친 칼춤이 갓난아기들의 엄청난 목숨을 앗아갔고 아기 잃은 어머니들은 통곡하였다. 그것이 성탄의 정확한 현실이었다. 왜 이 아기는 탄생 순간부터 세상의 미움을 받았을까? 그의 삶이 어떠하였기에 종당에는 그런 슬프고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을까?
오피니언
충북인뉴스
2004.11.18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