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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이제나 권문세가(權門勢家)를 둘러 싼 엽관(獵官)이나 매관매직은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단 과거에는 엽관을 법으로 금지했던 반면 오늘에는 그런 법 조항자체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보면 ‘분경금지법(奔競禁止法)’이라는 낯선 용어가 나옵니다. 사전에는 분경이란 분추경리(奔趨競利)의 준말로 아랫사람이 벼슬을 얻기 위해 윗사람의 집에 분주하게 드나드는 엽관운동을 말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경금지법이란 엽관운동을 금지한 법일 터입니다. 실록에는 1399년 정종이 엽관(獵官)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6.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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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이 무렵이면 해마다 생각나는 시(詩)가 있습니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필 늴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릴 때 그리워, 필 닐리리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필 닐리리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필 닐리리 천형(天刑)의 문둥이시인 한하운이 ‘가도가도 끝없는 전라도 길, 붉은 황토 길’을 떠돌며 쓴 눈물의 시 ‘보리피리’는 가난하기만 하던 1950년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불치의 문둥병이 죄 아닌 죄가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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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유행가 가사처럼 봄은 갔습니다. 시절은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싱그러운 새 잎들이 온 산에 꽃처럼 돋아나니 아닌게 아니라 ‘여왕’이라는 찬사가 허언(虛言)이 아닌 듯 합니다. 6일이 입하(立夏)이니 절기 상으로는 이제 여름으로 들어섰습니다. 음력으로는 4, 5, 6월, 즉 입하에서 입추(立秋)전 까지를 여름이라고 하지만 6, 7, 8, 3개월을 여름으로 치는 양력이 남한지형에는 더 맞습니다. 옛사람들은 입하 15일간을 3후(三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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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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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이래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지만 그 중에서도 위대한 발명의 하나라면 화폐, 즉 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야말로 고금(古今)의 인간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긴요한 수단이 돼 왔기 때문입니다. 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입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할만큼 그 능력은 가공할 정도입니다. 중국의 ‘진서(秦書)’에는 전가통신(錢可通神), “돈은 신과도 통한다”고 쓰고 있고 서양격언에는 “돈이면 신도 웃는다”고 돈의 위력을 초능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약하게도 돈은 인류사회에서 ‘신격화’되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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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4월도 날씨는 내내 청명했습니다. 국민소득 100달러의 가난한 나라, 척박한 강토, 그 땅 산수간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꽃들은 다투어 산야(山野)에 만발했습니다. 보릿고개가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피 어린 함성과 총성만 없었던들 세상은 예나 다름없이 태평해 보였습니다. ‘4월혁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1948년 집권이래 숱한 파동을 일으키며 영구집권을 획책하던 이승만정권이 정부통령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관권을 총 동원해 전국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오피니언
김영회 고문
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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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과서에는 백의민족이라든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 사계절의 나라,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등등 자랑거리가 줄줄이 나오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첫 번째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같은 단일민족 우월론은 우리 민족이 순수한 단일혈통이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해방이후 역대 정부들이 민족을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목적화 해 국민들에게 집중적으로 교육해 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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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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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출중했던 재상이라면 지체없이 세종 때의 황희(1363~1452)를 첫 손가락에 꼽을 것입니다. 황희는 정치적인 능력도 탁월했을 뿐 아니라 청렴하기로서도 만인의 사표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도량이 넓고 대범한 인품에 인간미마저 따뜻했던 그야말로 명재상이었습니다. 그가 위로 오직 임금이 있고 아래로 만백성이 있다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무려 18년이나 재임했던 것으로도 그의 뛰어난 탁월성은 입증되고도 남습니다. 정사(正史)나 야사(野史)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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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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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가는 길은 멀고 험했습니다. 미명의 새벽 3시40분 청주체육관을 출발한 버스가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한 것은 5시30분. 부두 해장국집에서 아침요기를 하고 대기중인 쾌속선 마린브리지호에 올라 백령도로 향한 것은 날이 밝은 7시10분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주선에 따른 도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군협의회장과 임원, 전국국공립대학 총장일행 40명의 백령도 안보시찰에 동행하는 길이었습니다. 풍랑으로 며칠 째 발이 묶였던 마린브리지호는 정원 322명의 제법 큰 쾌속선이었지만 서서 가야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배 안은 승객들로 가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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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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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우리 선조들은 술과 여자와 도박, 즉 주색잡기(酒色雜技)를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근원이라 하여 경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술은 과음하면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고 여색(女色) 또한 탐닉하면 몸을 버리기 일쑤이며 잡기에 빠져들면 영락없이 가산을 탕진해 쪽박을 차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주색잡기 밝히는 놈 치고 패가망신 않는 놈 없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주, 색, 잡기 세 가지는 모두 말초적 신경을 자극해 쾌락에 빠지게 함으로써 손을 떼지 못하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데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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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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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이 서울에서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던 날 아침 우리 몇몇은 남도에 상륙해있는 봄을 보기 위해 경상남도 하동(河東)으로 내려갔습니다. 잘 알다시피 하동은 경상남도 남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은 진주시와 사천시, 서쪽은 전라남도 광양시와 구례군, 남쪽은 남해군, 북쪽은 산청군과 함양군, 그리고 전라북도 남원시와 접하고 있는 인구 5만 4000여명의 이른바 ‘웰빙도시’입니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치솟음으로 생겨난 수많은 섬들을 품고 있는 남해바다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으며 그러한 까닭에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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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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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염라대왕이 세상에서 명을 다하고 올라 온 죽은 이들을 천국으로 보낼 것인가, 지옥으로 보낼 것인가 재판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밖에 방금 잡혀온 이서방이 저승사자와 승강이를 벌이느라 시끄러웠습니다. 염라대왕이 “왜 이리 시끄러운고?”하고 호통을 치자 저승사자가 나서서 대답을 했습니다. “이놈이 생전에 지은 죄가 많아 지옥에 가야하는데 착한 일을 한가지 했으니 천당엘 가야 한다고 억지를 쓰지 뭡니까” 염라대왕은 “그래 네가 무슨 착한 일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서방이 얼른 대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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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6.02.23 00:00